시절이 시절인지라 코로나 시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니 살아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자주 느낀다. 내가 접하는 사람들로부터 코로나 시국 탓에 일이 안 풀리니, 어른이 되어 독립해 나갔던 자녀들이 실직을 하거나 이혼을 해서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와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다. 본인의 자식뿐 아니라 자식의 배우자, 자식의 자식인 손주들까지도 함께 들어와 얹혀사는 경우도 많다는 거였다.
내 옆집 중 한 집이 그런 경우에 속하는 모양이었다. 지난 몇 달간 그 집 앞에 별 움직임이 없이 내내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숫자가 대개는 5-7대쯤 되었다. 그 집의 자녀는 모두 넷, 이젠 모두 성인이 되어 모두 이십 대 중반에서 삼십 대는 되었을 거였다. 그 아이들이 다 집을 나가 독립해 부부만 남아있다면, 평상시 그 집은 차 한두 대 정도로 한적해야 할 것이었다. 허나 사정이 여의치 못한 지 한 둘도 아니고 그 자식 넷이 모두 집으로 와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결혼한 자식의 배우자까지.
나는 그 집 아이들이 십 대 때, 내 집 우편함을 다 부숴놨을 때도 모른 척했고, 자주 토요일 밤 새벽까지 밖에서 큰 소리로 음악을 틀며 술을 마시는 시끄러운 파티에도 단 한 번도 불평을 하거나 경찰을 부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 그 집 앞과 내 집 앞이 자동차로 몇 달간 득실거릴 때는 뭔가 방도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처음 했다. 그냥 그저 좋은 이웃으로 참아주기만 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되기도 하는 거였다.
그런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그 집 쥔장도 보았던 걸까. 늘 반갑게 웃으며 하이~, 바이~ 하던, 때로 자식 자랑도 종종 하던 그 남자는 우리를, 아니 이웃을 피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러더니 드디어 지난주 그 집 차들이 좀 줄었다, 일곱 대에서 네다섯 대로. 아직도 자식 넷이 모두 다 떠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냥 당분간 모른 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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