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새 식구 프랭키(Frankie)

WallytheCat 2021. 8. 15. 03:57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이란 치명적인 병으로 저 세상으로 가버린 산이를 잃고 지난 일 년여를 혼자 지내던 고양이 아기(Augie)의 친구 하나를 구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곳에서 구조되어 다양한 동물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고양이 중 한 마리를 구해 같이 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란 판단에 그리했건만, 같은 배에서 난 두 마리 고양이를 둘 다 치명적인 병으로 잃고 나니 참으로 황망하고 못할 짓을 했구나 싶었다. 얼추 이십 년은 같이 살겠구나 싶었던 어린 고양이들을 그리 허망하게 잃고 나니, 가슴은 어찌나 또 아프던지 말이다. 그래서 최근에 든 생각은 썩 마음에 당기는 일은 아니지만 차라리 괜찮은 샴고양이 브리더(breeder)를 찾아 새끼 한 마리를 구하면 어떨까 싶어 연락을 했더니, 대기명단이 엄청 길어 기본으로 일 년은 기다려야 순서가 온다는 거였다. 일단은 대기 명단에 올려달라고 부탁은 했다.

 

집을 방문해 동물(주로 개나 고양이)의 건강 검진도 하고 예방 주사도 접종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수의사가 아기의 검진을 위해 집으로 온 김에 의견을 물으니, 새끼를 두 마리나 병으로 잃은 우리 심정을 충분히 이해도 하고 또 여전히 같은 병에 대한 위험성이 5% 정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살짝 겁은 났지만 그 말에 다시 용기를 냈다.

 

2021년 7월 30일 금요일 오후 2시. 집에서 차로 두어 시간 걸리는 한적한 시골에 있는 동물보호소를 찾기로 예약한 시간이다. '아기'를 이년 전에 이곳에서 데려왔었다.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일단 깔끔한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어린 새끼들은 어른 고양이들과 다른 건물에서 지내고 있었다. 여러 마리의 검은색, 회색, 줄무늬, 삼색 고양이 등 어린 새끼 고양이들이 많았다.

 

회색 줄무늬의 외모를 가진, 이곳에서 '디디'라 부르는 새끼 고양이가 마음에 들었다. 일년 반 된 어미와 두 마리 새끼를 찾아 지난 6월 구조한 곳은 모처의 하수관이었다고 했다. 어미의 이름은 '키키,' 두 새끼의 이름은 각각 '씨씨'와 '디디'로 부르고 있었다. 보호소 측에선 우리가 '씨씨'도 데려갔으면 했지만 감당이 안 되는 결정이었기에 정중히 거절하고 '디디'만 데려오기로 했다. '디디'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름들을 뒤적이며 며칠을 고민하다 '프랭키'란 이름이 눈에 들어 그리 부르기로 했다. 물론 아직 프랭키란 이름에 완전히 익숙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반응을 하는 중이다.

 

일 년 넘게 혼자 지내다 프랭키를 처음 본 아기의 반응은 생각보다 험했다. 난데없이 나타난 프랭키와 영역을 나누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이고 힘든 일이었겠는가. 아기는 식음을 전폐하고 으르렁거리기를 닷새간 지속하더니, 결국은 포기하고 잘 지내기로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아기를 처음 본 프랭키는 하룻고양이의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아기가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무서워하는 법 없이 졸졸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같이 놀자는 시도를 했다. 두어 주 지난 지금은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꼭 붙어 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자 자매 사이다.

 

0123
<프랭키(Frankie), 2021년 4월 26일생>

 

 

'Days in Ohi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옆집  (0) 2021.08.28
한달의 변화  (0) 2021.08.28
얽힌 실타래  (0) 2021.07.19
커피 기계  (0) 2021.05.30
매미의 출현  (0)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