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커피 기계

WallytheCat 2021. 5. 30. 02:26

2021년 5월 21일, 오랫동안 함께 하던 에스프레소 기계가 동작을 멈췄다. 연결해 쓰는 변압기가 멈췄으니 에스프레소 기계도 함께 망가진 것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수명도 짧고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덩치 큰 변압기를 또다시 사고 싶지는 않아서 차라리 새 에스프레소 기계를 알아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나의 매 아침을 시작하는데 일조하던 자동 커피 기계가 동작을 멈추자 그것을 잃은 슬픔도 잠시,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아침이 몹시 번거로워졌다. 지하실에서 오랫동안 잠자던 드립 커피 메이커가 부엌으로 올라왔다. 그 외, 종이 필터를 올리고, 커피를 그라인더에 갈아 계량스푼으로 계산해 필터 위에 넣고, 그에 맞춰 물을 적당히 부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이어졌다. 긴 노력의 대가로 얻어진 그 밍밍한 커피 맛이라니. 좀 서럽고 울적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아랍에미리트에 살 당시 발품을 제법 팔며 각기 다른 회사의 모델들을 비교하며 장고하던 중, 같이 다녀 주던 친구가, 제발 그 중 가장 비싼 것으로 그냥 사면 안 되겠냐며 애걸 반 협박 반을 섞은 말 한 마디 덕에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샀던 기억이 난다. 오래된 기록을 뒤져 구매 내역을 찾아냈다. 2010년 12월 30일 두바이에 있는 와피 몰(Wafi Mall)에서 샀단다. 당시 우리집에서 동료 친구들과 저녁을 자주 해 먹던 기억이 나는데, 저녁 식사 후 커피를 안 마시던 친구들까지 모두 한두 잔씩 만들어 마시던 기억이 새롭다. 그 친구들 모두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무리해 거금을 주고 산 물건임에는 틀림없지만 고장없이 십 년을 넘게 썼으니 그만한 값은 충분히 했다 싶다. 기계는 110 볼트 전력을 쓰는 미국으로까지 건너와 변압기에 연결해 써야 했다. 수명을 다한 변압기도 이번이 두 번째다. 다시 주라(Jura) 회사 것을 구입하고 싶긴 했지만 리뷰를 읽어 보니, 예전 기계는 10-12년을 썼는데 이제는 그 질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원하는 사양의 주라 기계를 사려면 다시 무리를 해야 하는 이유로, 이번에는 필립스 것을 한번 써보기로 했다. 필립스 기계에 관한 전반적 평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써보니 훨씬 낫다는 거였다. 아마도 에스프레소 기계 전문 회사가 아닌 필립스에 대한 기대는 형편없었지만 구매해 써보니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는 얘기인 듯하다. 

 

주문한 기계는 예상보다 닷새나 빨리 도착했다(5/28). 어제와 오늘 이틀 간 사용한 느낌은, 대체로 잘 만들어진 기계이긴 하지만 주라의 깊은 맛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70-80% 정도 만족도니 완전 실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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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ra ENA9 vs Philips EP32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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