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지루하고 우울하게 이어지는 팬데믹 시절임에도 내 마음을 살짝 건드리며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망설이다 포기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어디 멀리 꽃구경이라도 한번 다녀올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계절이니, 좋은 계절임에 틀림없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올봄은 두어 주 늦게 온 것 같다.
수양벚나무, 내가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다. 마치 막대 하나가 땅 위에 꽂힌 채 부담스러울만치 무거워 보이는 가지와 잎들을 머리 위에 잔뜩 이고 있는 듯한 과장된 모양새를 보자면, 한편 우습기도, 한편 측은하기도 하다. 잎이 무성한 여름과 가을까지는 그런대로 몸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 볼만하지만 겨울을 맞아 잎들을 다 떨구고 몽당연필 마냥 헐벗고 서있는 꼴을 보자면 너무나 초라하고 측은해 자꾸만 눈길을 보내게 되는 나무다. 내가 일하는 건물의 옆 건물 마당에 서 있으니 출퇴근길 최소한 하루에 두 번씩 눈을 마주치게 되는 나무다.
일 년 중 사월초나 중순이 되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두어 주가 이 나무의 절정 아닌가 싶다. 이 나무의 절정기 모습을 사진 몇 장으로 남기고 난 다음날 아침, 꽃잎은 모두 떨어져 버리고 초록잎들만 남았다. 허무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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