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겸사겸사 대청소

WallytheCat 2022. 3. 21. 11:26

삼월 두 번째 주, 산 넘고 물 건너는 먼 길을 마다 않고 친구 가족이 방문했다. 2016년 초가을, 서울서 스치듯 잠깐 만나 점심을 먹고 헤어진 이래 처음 보는 것이니 설레고 반가운 마음 앞섰지만, 팬데믹 이후 처음 집으로 손님을 맞는지라 이런저런 걱정도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손님맞이의 준비는 청소와 빨래로 시작하고, 손님이 떠난 후 역시 청소와 빨래로 마무리 되는 것 아니겠는가.

 

세탁을 해서 보관을 했던 것이긴 하지만 벌써 몇 년 전이었을 것이니, 이부자리 빨래를 새로 했다. 빨래야 세탁기가 해주는 거지만 게으른 몸을 움직여 안 쓰던 빈 방들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청소는 내게 늘 하기 싫은 숙제다. 안경 끼고 천장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니 먼지는 물론이고 마치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거미줄까지 눈에 보이는 거였다. 세상에, 이렇게나 내버려 두고 살았구나 싶어 반성도 좀 했다.

 

손님들이 떠난 후 다시 빨래를 하면서 문득, 이불이며 베개들을 완전히 말린 후 진공백에 넣어 납작한 상태로 보관하면 공간도 줄이면서 다음에 쓸 때까지 청결한 보관이 가능하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진공백 회사의 광고대로 부피가 80% 까지는 아니더라도 60-7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 이 참에, 쓰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던 이불이며 요도 몇 개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이번에 요 대신 에어 매트리스를 두어 개 구입해 써보니 요 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예전 에어 매트리스는 그 위에서 자다 보면 바람이 반쯤 빠져 있는 황당한 일도 흔했으나, 요즘 나오는 것들은 품질과 성능이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시험삼아 손님 도착 두어 주 전 미리 공기를 넣어(전기를 꽂으면 저절로 공기가 주입된다) 두었는데, 공기가 전혀 빠지지 않았다. 매트리스의 높이도 거의 침대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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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3/20/2022>

청소를 하다 보니, 오래 전 터키 여행 중 샀던 커다란 접시 네 개가 보였다. 당시 모두 여섯 개를 샀다가 두 개는 선물로 주고, 네 개가 남았던 게 기억난다. 뭐한다고 이런 접시를 여섯 개씩이나 샀을꼬. 본 김에 식탁 옆 벽 액자 네 개를 떼어 내고, 접시 뒤에 줄을 매달아 그곳에 걸었더니 나름 새로운 느낌이 드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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