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산 너머 산, 그 뒤 반전

WallytheCat 2022. 2. 7. 09:51

악천후 덕에 이틀 잘 쉬고 토요일 아침 출근길에 나섰다. 큰길의 눈은 다 치워져 있어 괜찮았다. 별생각 없이 일터의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연히 깨끗이 치워져 있을 것을 예상했건만 무슨 일인지, 이틀간 내린 얼음비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종일 사람들이 드나들며 써야 하는데, 이를 어쩐다. 선택은 두 가지다. 다시 하루 일하기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사무실에 있는 빗자루로라도 문 앞을 대충 치우고 일을 하기로 하느냐다. 또다시 일을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기에,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남편이 밖으로 나가 빗자루로 눈을 치우고 있는데, 앞에 제설기(snowplow)를 장착한 SUV 한 대가 지나가다 잠시 돕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자동차 몇 대 공간 정도 치워줄 걸로 예상했는데, 이게 웬일, 40-50분 동안 차를 밀고 다니며 건물 삼면을 둘러싼 주차장 전체를 깨끗하게 치우더니, 막 새로 산 제설기로 연습할 곳이 필요했었는데 고마웠다며, 사례도 마다하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 덕에 긴 하루가 짧게 느껴지며 일하는 내내 즐겁고, 설레고, 신이 났음은 물론이다.

 

정오쯤, 뒤늦게 주차장 눈을 치우러 온 세 사람은 할 일이 많지 않다 싶었는지 요란하게(다 치워진 바닥을 벅벅 긁으며) 삽질을 잠시 하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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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2/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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