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욕실 단장, 하나 더

WallytheCat 2022. 1. 3. 01:37

욕실 공사를 직접 하며 배운 게 많다. 고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낡은 것을 해체하고 걷어내야 하는 지난하고 재미없는 일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몇 번 뜯어본 후로는 뜯어내는 일이 겁 나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 노후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엉터리 공사로 대충 마감해 덮어 놓은 장면들을 목격할 때면 씁쓸하기도, 화가 나기도 하니 말이다. 엉터리 공사를 해놓은 곳은 일이 몇 배 많아지고 복잡해짐은 물론이다. 공사를 했던 이가 누구인지도 아는 경우, 그 사람을 기억에 떠올려야 할 때는 다소의 괴로움과 용서의 과정까지도 수반한다. ㅎㅎ

 

마지막 남은 샤워실 수리를 시작할 때, 금이 간 바닥 타일 몇 개를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할까 말까를 두고 고민을 했다. 단지 작은 타일 몇 개를 교체한다고 뜯었다가 혹여나 미비한 방수처리 같은 거라도 발견하게 되어 공사가 엄청 커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타일을 뜯지 않고 옛 그라우트만 갈아 내고 새 그라우트를 바르는 작업만 하기로 했다. 그라우트를 갈아 내는 노동을 하며, 바닥부터 천장까지로 이어져 청소가 복잡한 샤워 캐디 대신 깔끔한 선반 같은 건 없을까를 고민하며 뒤지고 뒤지다, 욕실 벽과 벽이 만나는 구석 공간에 끼워 넣어 타일처럼 그라우트로 마감하는 스테인리스 선반을 찾게 되었다.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가슴까지 두근거리게 하는 신박한 물건이었다. 가격이 제법 비싸긴 했지만 완전 마음에 드는 이 선반 세 개를 망설임 없이 설치하기로 했다. 이 선반 덕에 샤워실 청소가 훨씬 쉬워진 것은 물론 목욕용품 정리가 말끔하게 해결되어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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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2/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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