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욕실 새 단장, 미치지 않고서야

WallytheCat 2021. 12. 4. 05:42

지난 시월 말 일주일 휴가를 냈었다. 앞뒤 주말을 끼니 꼭 열흘이 되었다. 몇 달 전 휴가 날짜를 정했을 때는 철 지나 인적이 드문 바닷가 어디로 여행이나 다녀올까 싶었다. 막상 시일이 다가오자 설레기는커녕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고양이들을 돌봐줄 적당한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은 물론, 여행지를 찾고, 숙소를 찾고, 짐을 챙겨 떠나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이런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여행은 무슨 여행인가 싶어 쉽게 포기가 되었다. 길어지는 코로나바이러스 시국이 날 완전 집순이로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뭔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전혀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 몸은 힘들어 고달픈데 일의 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일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결정한 게 아래 윗층 욕실 두 개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었다. 일층 화장실은 변기와 건식세면대만 있는 공간인데 아무리 건식이라지만 화장실에 마루가 깔려 있는데다 변기 설치에도 문제가 있던 건지 물이 조금씩 새어 나와 변기 주위가 변색이 되어 가고 있던 터라 누가 언제 해도 해야 할 일이었다.

 

나는 타일을 포함한 바닥 일을 맡고, 남편은 벽 페인트칠이며 수도 배관을 맡기로 했다. 처음 일을 계획했을 때는 일주일 열심히 해 일을 마무리 짓고, 남은 사흘은 푹 쉬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커다란 벽 거울을 떼어 내고, 세면대를 해체하고, 변기를 떼어 내고, 바닥을 뜯어내는 철거 작업에만 사나흘을 소비할 줄 누가 알았으랴. 휴가 열흘을 다 썼을 때는 방수 작업을 마친 바닥에 타일 설치하는 일을 겨우 끝낸 정도였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하니 주말에나 조금씩 리모델링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시작한 지 40여 일 지난 11월 28일 마침내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 작업 기간이 길어지니 집안이 말끔할 날 없이 늘 어수선하긴 했지만, 어쩌면 이렇게 천천히 일을 진행해서 꼼꼼한 마무리가 가능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잊지 못할 듯 힘들었던 일이야 많았지만 내가 간절히 원해 시작한 일이니, 후회는 없다. 게다가 결과는 대만족이다. 많은 유튜브 선생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단 한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을 거다.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넙죽 큰절 올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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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층 화장실, 10/22-11/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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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욕실, 10/22-11/28/2021> 

 

<툴 체스트(tool chest)까지 하나 구입, 10/26/2021>

이번 일을 하느라 구입한 다양한 도구와 기계들이 많아져 그것들을 정리할 큰 함이 하나 필요했다. 나의 요원한 꿈으로 끝났을 지도 모를 바퀴 달린 빨간 툴 체스트(tool chest)까지 하나 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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