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따뜻해진 겨울 탓일까. 언제부터인가 겨울이 되어도 남쪽으로 이동하지 않는 거위들이 허다하다. 내가 일하는 건물 근처에 있는 집 앞이나 은행 건물 앞 주차장 등지에서 지난 겨울부터 종종 시끄럽게 영역을 주장하고 정비해 오던 거위 두 마리가 있다. 두 마리가 암수 한 쌍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대략 그래 보인다는 건 거위 세계에 관해 잘 모르는 내 선입견일까.
그들로 보이는 거위 두 마리가 며칠 전 아침, 빠르고 음산하게 움직이는 비구름을 배경으로 건물 꼭대기 모서리에 서서는 나의 출근길을 떡하니 내려다보는 게 아닌가. 기이한 풍경이었다. 플로리다에 플라밍고가 있다면 오하이오에는 거위가 있다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너무도 당당하게 서서 내려다보는 거위의 시선을 느끼며 좀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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