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

이러고 산다, 간단한 걸 복잡하게

WallytheCat 2018. 11. 21. 17:54

Random Thoughts 2008/05/04 04:33 WallytheCat


에미리트 항공사 온라인을 이용해 비행기표 예약을 하면 48시간 안에 비행기표를 구입해야 한다는 새 규정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물론 예약은 자동으로 취소가 된다. 48시간이라니, 그것 참 짧기도 하다. 어찌 그리 불편한 규정을 새로 만들어냈단 말인가. 예약을 해놓고 취소를 해야할 경우에도 취소를 하는 수고 같은 건 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습성 탓에 필요한 규정일 수도 있겠으나, 이건 순전히 항공사의 편리 만을 고려한 규정이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 아직 여행을 꼭 가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도 아닌데, 취소를 할 경우 몇만 원 정도의 벌금만 부과된다니 혹시나 싶어 일단 비행기표는 사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호주에는 이비자(E-Visa, Electronic Visa)라는 제도가 있다고 했다. 호주 외에 다른 어느 나라들에서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주의 경우 한국을 포함한, 지정된 34개국 사람들이 호주를 여행할 때, 자신의 여권 정보를 비행기표를 구입하는 여행사나 항공사에 일러 주면 그들이 알아서 비자를 무료로 내주는 제도라고 했다. 그 날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하니, 언제라도 자기네 항공사에 전화를 해 여권 내용을 불러 주면 간단하게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비자란 것 자체가 불필요하게도 느껴진다. 이비자를 허용할 거라면 차라리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게 더 합리적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며칠 전 아침 일찍 항공사에 전화를 했더니만 전화로 여권 내용을 불러줘서는 안 되고 여권을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라는 거다. 다행히 집에 팩스가 있어, 나중에 복사해 팩스로 보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여권을 복사해 팩스로 보낸 후 다시 전화를 했다. 내가 보낸 팩스를 찾으러 간다며 기다리라 하던 여자는 감감 무소식이다. 끊임없이 항공사 광고음만 반복된다. 이십여 분 만에 다시 전화통에 등장한 여자가 기껏 한다는 말이 팩스로 보내 내용이 어두워 잘 안 보이니, 칼라 얼굴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라는 거다. 나의 인내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나는 일단 여자에게 "들으라"며 소리를 꽥 질렀다. "어떻게 전화로 이십여 분을 기다리게 한 다음 그 따위 소리를 하느냐. 이비자란 것을 사용하는 의도가 뭐냐. 서류로 된 복잡한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최소한의 절차 아니냐.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건, 간단한 걸 어떻게 하면 더 복잡하게 만들어 볼까 하는 거 같다. 내 집에 다행히 팩스가 있어서 군소리 없이 보내긴 했다만, 어떻게 세상 모든 고객들이 네 회사의 편의를 위해 당연히 팩스를 갖고 있을 거란 가정하에 당당하게 팩스로 보내라고 하느냐. 팩스가 흑백이니 팩스로 보낸 얼굴이 어둡게 나오는 건 당연하지, 이젠 뭐, 칼라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너네 회사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은 스캐너가 다 코 앞에 있다더냐? 여권 내용의 글자가 잘 안 보인다면 내가 전화로 불러 주겠지만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보내줄 수 없다." 그랬더니 여자는 겁을 잔뜩 먹었는지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여권 만기일 날짜가 잘 안 보인다며, 그럼 그것만 불러 달라고 했다.

소리를 질러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린 건 전혀 후회가 되지 않는다만, 쓸데없이 오랫동안 들고 있던 장거리 전화비며, 다 지나가 버린 내 점심 시간은 어쩌란 말이냐. 배려가 없는 인간 관계란 전혀 봐줄만 하지가 않다.

호주 정부도 들어라. 이비자 이런 거 없애고, 무비자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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