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좀 오래된 터널 하나

WallytheCat 2018. 11. 22. 00:14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9/08/31 03:12 WallytheCat 




아침 식사를 했던 식당 주인께서 머지 않은 곳에 있으니 꼭 들러보라 일러준 곳이 '레드 리버 협곡(Red River Gorge)'에 있는 '나다 터널(Nada Tunnel)'이다. 붉은 빛을 내는 강이라. 붉은 흙을 품고 흐르는 강이라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며, 코리아 마을과도 멀리 떨어지지 않는 켄터키 주 도로 77번에 놓인 곳이니 들러보기로 한다. 



자동차도 별로 다니지 않는 울창한 숲이다. 창문을 열고 천천히 숲을 가르며 차를 달린다. 그렇게 삼십여 분 달렸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터널이 나타난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터널은 자동차 두 대를 양방향으로 통행시킬만큼 넓지가 않다. 맞은편 터널 앞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잘 살핀 후 조심스레 한 대씩 통과해야 한다. 만일 맞은편에서 부주의한 사람 하나가 자동차에 속력을 내 달려오기라도 한다면 사고 나기 딱 적당한 곳이라 할 밖에. 



터널을 통과해 터널의 다른쪽에 다다르자 터널을 설명하는 이런 간판이 보인다. 식당 아주머니께서 근사한 곳이니 가보라고 할 때야 터널에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읽어보고 나서야 이 터널이 왜,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안내문에는 대략 이렇게 적혀있다:

"레드 리버 협곡의 관문에 있는 나다 터널(크기 3.96 x 3.66 x 274.32m)은 계곡에서 좁은 철도를 이용한 목재 운송 수단을 위한 일환으로 건설되었다. 1910년 12월 공사가 시작되어 1911년 9월에 마무리되었다. 다이너마이트, 증기 착암기, 손도구들을 이용해 암석과 흙을 제거해냈다. 터널 공사 과정에서, 일꾼 하나가 (추위에) 결빙된 다이너마이트를 불 가까이에서 녹이려 했다가 그것이 폭발하는 바람에 희생되었다.

1912년부터 터널을 통과해 목재를 운반하는데 25톤짜리와 35톤짜리 클라이막스 기관차가 이용되었다. 첫 번째 운송되던 목재들이 터널 안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제거해야 했다. 당시 그 지역에서 생산되던 큰 목재들의 운반을 위해 터널을 넓히는 재공사를 해야했다.

목재는 철로를 이용, 이곳에서 15마일 떨어진 클레이 시(Clay City) 제재소까지 운반되었다. 클레이 시 제재소는 한 때 미국 동부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제재소였다."


이십세기 초, 또 한 세기가 사람들의 다양한 꿈과 희망을 가득 안고 시작되었을 시절, 그 꿈과 희망을 업은 산업이란 걸 위해 다이너마이트로 바위를 뚫고, 빼곡히 서 있던 큰 나무들을 썩썩 베어내고, 그것들을 실어내느라 분주와 소란을 떨었을 장면들이 절로 연상된다. 지금으로부터 꼭 백년 전의 일이다. 그것을 한 때의 영화라고 한다면, 영화는 당연 나무들의 살을 베어낸 사람들의 것이지, 숲의 영화라 할 수는 없을 것. 



그것이 어느 누구의 영화로 불리웠든, 이 시간 잠시 숲을 지나는 사람으로서, 어떤 이유로든 그 한 때의 영화가 막을 내리고, 숲이 다시 평화를 얻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 아름다운 숲에 가능하면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기를... 





<Friday, 7/3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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