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오만 무산담 1

WallytheCat 2018. 11. 22. 00:18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0/02/15 04:25 WallytheCat


나는 아랍 에미리트국, 샤자 에미리트에 팔 년 하고도 반 년을 살았다.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보랄 것도 보여줄 것도 많지 않은, 흔한 거라곤 널린 모래 뿐인 곳이다. 여비 보태줄 것 아니면 비싼 여비 들여 가며 오라고 적극적으로 권하기에도 사실 뭣하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어찌어찌한 인연과 사연으로 가물에 콩 나듯 귀하게 이곳에 왔던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이 나라 이름이 '아랍'이나 '두바이'가 아니고 '아랍 에미리트'라는 것쯤은 홍보가 된 셈이니, 내가 몸담고 사는 곳으로서 최소한 몇 사람과 나라 이름이라도 공유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작은 위안이 된다.

일 때문에 종종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한국의 어떤 분은 내가 그리 일러 드려도 이곳을 아직도 '사우디'라 부르신다. 무슨 말 끝에 "사우디인들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하신다. 대화의 앞뒤를 미루어 짐작하면 당연히 내가 사는 '아랍 에미리트' 사람들의 평균 수명을 물으시는 것이니, 그리 알아 듣고 답을 드렸으면 좋았으련만, 지난 수 년 간 참았던 것이 쌓여선 잠시 삐딱한 심사가 들었던지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아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네요."라고 해 어색한 침묵을 지어 버리고 말았다.  

볼 것 없이 황량하기만 한 이 사막 나라를 둘러보러 바람 같이 오신 오블의 귀한 손님이 계셨으니 다름 아닌 너도바람님이시다. 항시 트이고 열린 눈으로 여행지를 마주하는 너도님과의 여행은 마음이 편해서 좋다. 너도님의 시각으로 적은 맛깔스런 여행기를 기대하고 있었건만 도무지 등장하려는 기색이 보이질 않아, 기다리다 그냥 내 사진 몇 장 정리해 올리려 한다. 너도님이랑은 아랍 에미리트 옆 나라 '오만'의 본토로 먼저 며칠 여행을 한 후, 그 다음 주말에 간 곳이 이곳이니, 여행기를 거꾸로 적고 있는 셈이긴 하다.  

어쨌거나... 내가 사는 샤자에서 북으로 난 도로를 차로 세 시간쯤 달려 국경을 넘으면 본토와 따로 떨어져 놓이게 된 무산담이라는 반도가 나오고, 그 반도의 끝 바닷가에 '카삽(Khasab)'이란 작은 마을이 나온다. 몇 년 전 한국서 방문객들이 왔을 때 한 번 가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다지 눈에 띌만한 변화를 겪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채 날, 우리 일행을 기다려 준 그곳에, 그곳 사람들에 새삼 눈물나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작은 다우(Dhow) 한 척에 몸을 싣고 에머럴드빛 바다 위에 두둥실 떠, 구불구불한 카삽 마을 해안선에 기기묘묘한 형태로 우뚝우뚝 솟은 바위산들을 바라보노라면, '이래서 많은 이들이 지구별을 아름답다고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변변한 나무도 없는 바위산들이니 지각의 변동을 엿보듯, 짐작하듯 바위의 단면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족들은 이곳을 지구 위 최상의 조건을 가진 스쿠버 다이빙 장소로 꼽는다. 물 위에 앉아 신비롭게 푸른빛을 내는 바다 한 번 보고, 시리게 푸른 하늘 한 번 보고, 시린 눈을 달래려 모습을 달리하는 갈색 바위산 한 번 보면서도 감탄을 절로 하게 하는 곳이니, 물 속으로 들어가 그 속을 들여다 보자면 얼마나 더 아름답겠나 싶다.

배를 오후에 탔던지라 사진이 그리 좋진 않다. 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새벽 배가 있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 배를 한 번 타 보아야겠다.










<Friday 1/15/2010>


배 타고 삼십여 분 나가면 돌고래들이 서식하는 지역이 나온다. 지난 번 아침 배를 탔을 때는 돌고래들이 훨씬 많았다. 아침에 본 돌고래들은 활기가 넘쳐 배 주위를 돌아다니며 장난도 많이 쳤던 기억이 난다. 오후에 휴식 중이던 돌고래들을 억지로 찾아다니며 들여다 보려 했으니, 쉬이 눈에 뜨이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사진 몇 장은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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