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치장된 트럭

WallytheCat 2018. 11. 24. 20:47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04/02 05:05 WallytheCat


지난해 십일 월에 있던 두 번째 이드 휴가 때, 나는 볼일을 보러 한국으로 가고, 같이 방을 쓰는 동료는 몇 년 만에 가족들한테 큰 일을 보고하러 파키스탄 카라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화 백오십 달러면 넉넉히 왕복 비행기표를 살 수 있고, 비행기로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고향엘 사년 동안이나 가지 않았던 데는 개인적으로 나름 복잡한 이유가 있다.

그래도 기왕 가는 것, 카라치에 가서 상황을 보고 이 다음 휴가 때에는 학교 동료들을 다 모아 파키스탄을 함께 여행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카라치가 하도 위험하다고 하니, 딸이랑 달랑 둘이 간다는 그녀의 안전이 몹시 염려스럽기도 했다. 그런 내게 그녀는, "걱정 마. 카라치에서는 저쪽 길에서 총질을 하고 있으면, 이쪽 다른 길로 다니면 되는 요령들이 다 있단다." 하며 안심을 시킨다. "그 말에 안심은커녕 더욱더 염려가 된다. 암튼 둘 다 상하거나 떨어진 부분 없이 한 몸으로 잘 돌아와라." 이렇게 키득거리며 작별을 고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아랍 집으로 들고온 짐이라야 양수리 클라라 떡집에서 만든 떡 반 말에 나머지는 책이었으니, 그 속에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을리 없다. 카라치에 갔던 그녀는 내게 화려한 색상과 무늬는 기본인 숄 몇 개, 방석 커버 몇 개, 탁자보 하나, 구슬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방석 등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선물을 가득 안겨준다. 모두 손으로 바느질한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나누어 주라 했더니, 다른 사람들 생각은 않고 내 생각만 하며 샀으니 불평 말고 다 가져가라는 기특한 말까지 하니, 거절할 수도 없어 말 잘 듣는 아이인 척 다 가져와 거실을 장식했다. 그 이후로 내 집 거실은 고스란히 파키스탄풍이 되어 들여다 볼 것이 많아졌다.

가족들한테 다녀온 일은 잘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 이 다음 휴가 때에는 동료들 모두 모아서 파키스탄에 여행이라도 할 거냐고 물었더니, 이번에 가보니 치안이 더 나빠진데다 음식도 물도 더 나빠져서 몹시 앓았다며, 절대 사람들을 안 데려가겠다고, 단박에 자른다. 자동차가 신호등에 멈추면 대로에서 총을 들이대며 현금이며 귀금속을 다 빼앗아 가는 일도 비일비재 하고, 때로는 사람을 해하거나 죽이기도 한다며, 무서워서 못 데려 간단다. 자기 친정집도 총을 들고 지켜주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언제 마음이 바뀌어 강도나 강간 등의 흉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언젠가 텔레비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파키스탄의 기막히게 아름다운 산세며 그 절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몹시 감동 받아 은근히 가고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나 위험하다니 아쉽지만 포기해야지 어쩌겠나. 그 프로그램에서는 파키스탄 트럭 운전사들의 트럭 장식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들이 트럭을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이곳 아랍에미리트에도, 그 정도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종종 나름 정성을 다해 치장한 트럭들이 길에 보여 괜시리 못 가 본 파키스탄이 생각나 반가울 때가 있다.

<Tuesday 12/14/2010>


'Days in UA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른 땅 적시는 중  (0) 2018.11.24
Art Dubai 2011  (0) 2018.11.24
십 년만의 인연, 커피 가게  (0) 2018.11.22
밥 한 끼  (0) 2018.11.22
리틀 무바라크  (0) 201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