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위에 규모가 각각 다른 돌담이 모두 넷 있다. 집 앞쪽에 있는 것들은 작년에 다시 쌓는 작업을 마쳐 앞으로 당분간은 잊고 살아도 될 것 같다. 뒷마당 돌담의 상태가 내내 마음에 걸리긴 했으나, 그날 사실 밖에 나갔던 건 그 돌담을 어떻게 해보려던 이유는 전혀 아니었다. 무성하게 자란 정체 모를 노란 꽃 무더기를 제거하려고 나간 것이었다. 밤새 비가 온 후라 풀 뽑기 딱 좋은 날이었다. 잔잔한 크기의 노란 꽃은 세상 화려한 게 예쁘긴 했지만 주위 다른 식물을 점령할 위험도 있으니, 뽑는 게 맞다고 봤다. 늘 그렇듯이 풀이나 좀 뽑을 요량으로 가볍게 시작한 일은 가볍게 끝나지 않았다. 풀을 다 뽑자 드러난 돌담의 상태는 차마, 망설임 없이 휙 돌아서서 작업용 장갑을 벗어 두어 번 툴툴 털며 별일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