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새것이었을 때는 현관 앞에 두고, 앉아서 신발을 신거나 벗는 용도로 쓰이다가, 좀 낡은 상태가 되자 버리기에는 아까워 지하실로 내려 보내 재봉질 때나 쓰이는 벤치다. 지하실로 내려 보낼 때만 해도 좀 낡은 정도였는데, 내가 모르던 사이 지하실에서 고양이들에게 박박 긁히기 딱 좋은 가구였던 모양이었던지, 세상에나, 네 모서리마다 발톱에 긁힌 자국이 현란하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마침 넉넉하게 사 둔 인조가죽이 있어 덮개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네 귀퉁이 모두 똑같은 길이에 90도 각도를 딱딱 맞추고 늘어짐 없이 반듯하게 재봉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너 번 박았다, 뜯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대충 괜찮아 보이는 시점이 도래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어차피 구석마다 또 긁힐 것은 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