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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다방 좀 알려주시라

WallytheCat 2018. 11. 22. 00:16

Others 2010/12/18 17:56 이그누(ykwoo3)


제발 그 다방 좀 알려주시라

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에프티에이 추가협상과 한국의 성장전략’이라는 조찬 세미나에서 ‘다방농민’이라는 말을 하였다. 공무원에 빌붙어 보조금을 타낸 다음 엉뚱한 곳에 쓰는 농민의 이른바 ‘모럴 헤저드’를 지적하며 한 표현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농업의 낮은 생산성을 운운하며 농산물은 공업화가 덜된 개도국의 수출품인데 우리 농업은 한계에 왔다. 따라서 우리 농업을 개혁할지, 보호할지 ‘국민’이 심각하게 고민할 단계라는 말들도 했다.

‘다방농민.’ 지극히 모욕적인 말이다. 특정 사안이 아니라 농업 일반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대상을 폄훼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공무원이 써서 적절한 말도 아니다. 특히 ‘통상’을 ‘교섭’하는 자리의 맨 위에 있는 분이 자국의 특정 산업을 무가치한 것이라거나 당장의 경쟁력이 형편없다고 인식하고, 그것을 공공연히 표명하는 것은 직분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다른 나라와 통상협정을 맺으며 들고 나오는 이러한 치졸하거나 얼빠진 사석작전은 전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함은 물론이다.

한 나라의 산업과 그 구조와 발전의 향배를 특정 시점에서 무 자르듯 명쾌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 FTA를 반대하는 여러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점이 이것인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의 예기치 않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도록 특정 국가 사이의 통상에 족쇄를 채우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FTA가 종국에는 우리나라의 대외종속을 더욱 심화시켜 경제적 활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에게 속곳까지 벗어준 것도 모자라, 장차 피해를 입게 될 자국의 산업을 타박이나 하고 있는 본부장이라면 차라리 상소리도 아깝다.   

우리나라의 주요 곡물 자급률은 26%이다. 여기서 쌀을 제외한, 밀·콩·옥수수 등 주요곡물의 자급률은 4.4%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자급률은 100~200%에 달한다. 우리는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은 왜 주요 농산물을 열심히 자급하려고 애쓸까? 그리고 수출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 선진국이 갑자기 개도국으로 추락해서일까? 이러한 데도 농산물은 개도국의 수출품 운운 하는 것은, 도대체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기 때문일까?

굳이 ‘식량 무기화’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어느 나라든 농업이 붕괴되고 나면, 앞으로 벌어서 뒤로 다 내주는 꼴을 면하기 어렵다. 불행히도 우리 농업의 붕괴 조짐은 심각하다.
총 농업 종사자, 3,117,322명 중 50세 이상의 농민이 74.1%에 달한다. 농민의 극단적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노동의 질도 그렇지만, 저 연령층의 경우 유입은 거의 없는 대신 유출은 지난 10년 사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농촌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농민의 가구당 연 평균 농업소득이 일천만원에 미치지 않는 것에 비추어 생산성을 따질 계제도 아니다. 농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말은 잘했다. ‘국민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단계’인 것은 맞다. 그러나 기업농 육성 같은 구조조정의 방식은 농업을 괴멸시킬 것이 분명하다. 보호할 단계도 지났다. 수혈과 이식으로 소생술을 벌여야 할 판이다. 그리고 ‘심각’과 ‘고민’은 김본부장이 서명한 한미FTA 협정문만으로도 우리 ‘국민’은 벅차다. 부디 자중하여 ‘오랄 헤저드’는 이쯤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제발 알려주기 바란다, 사무실 마다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보조금을 거간해주는 다방공무원을. 면 단위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다방 중에 그런 다방이 있다면, 관공서에서 퇴짜 맞는 게 일인 마당에 농민 중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런 다방이 있다면 제발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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