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공수(空輸)

WallytheCat 2018. 11. 22. 00:20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0/05/09 15:21 WallytheCat


살다보면 때로 상상 못한 사건과 조우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일이 일상에 한껏 행복감을 더해 주는 사건이라면야, 도무지 입이 근질거려 밖으로 한 마디 내뱉지 않고 버틸 수 있겠나.

어젯밤 그런 일을 겪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분들을 만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전달받았다. 장소는 내가 사는 집에서 자동차로 오 분 거리에 있는 샤자 공항. 인천서 두바이까지의 비행 후, 두바이에서 삼십여 분 거리에 있는 샤자 공항으로 이동해 이집트 룩소 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분들을 샤자 공항에 들기 전에 잠시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공공칠 영화에서 나오는 스파이들의 접선 장면 비슷하게 이루어졌다.

여행하시는 분께서 샤자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일정을 알게 되시어, 오블 이웃 너도님께 내 전화번호를 물으시는 것으로 접선의 모의가 시작되었던 모양이다. 떡 좋아하는 나를 위해 너도님이 준비해 얼려 챙겨놓으신 떡과 김에다, 너도님 친구 분인 제비님께서 직접 볶으신 '제비표' 커피가 보태졌고, 거기다 '간송 전형필'을 출간하시느라 정신없이 바쁘셨을 이 충렬님께서 며칠 전 출간되어 세상에 막 나온 따끈따끈한 책까지 포함해 책을 여러 권 챙겨 보내주셨다. 비타민씨 한 통은 여행하시는 분들의 선물이다. 만일 샤자 공항에서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 물건들을 여행 내내 짊어지고 다니셔야 했을 터이니, 서로 만날 수 있던 게 얼마나 다행인가.

결혼 이십 주년을 맞아 여행을 나선 부부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처럼이나 행복해 보였다. 공항 밖에 세워진 버스에서 내려 짐을 챙기고 계시는 두 분을 찾아 짧은 인사와 함께 물건을 전달받고 전달해 드리는 과정은 대략 오 분 쯤 걸렸나 보다. 그 와중에 넷이서 기념 사진도 한 장 박았다. 버스 터미널처럼이나 작은 공항 안은 들고 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해 보였고, 시간에 맞춰 체크인을 해야 하니 서둘러 들어가시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 한 잔 같이 못 드시고 떠나 보내 그런지 못내 서운하다. 남편은, 버스 가득한 한국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니, 갑자기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모쪼록 기억에 남는 결혼 이십 주년 여행이 되시길 바란다. 마음 따뜻하신 너도님과 이충렬님과 제비님께도 무한한 감사를... 모의와 공수와 오 분 간의 짧은 접선은 중동의 한적하고 외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충분히 감동시켰음을 알림다.


<Saturday 5/8/2010>


'Days in UA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모를 새  (0) 2018.11.22
낯선 출현, 벌새  (0) 2018.11.22
나무 죽이기  (0) 2018.11.22
해질 무렵 그곳  (0) 2018.11.22
불필요한 도구 하나  (0) 201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