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나무 죽이기

WallytheCat 2018. 11. 22. 00:20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0/04/25 02:11 WallytheCat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종종 이런 짓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지난 한 주 내내 내 책상의 모습이 이랬다. 프린터 잉크며 사람의 노동력은 제외하고라도, 얼추 계산해 본 종이의 소비는 구천 장이 넘었다. 구천 장의 복사지 생산을 위해 베어져야 하는 나무는 얼마나 되는 걸까. 내 손으로 직접 나무를 베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행정을 위해 '중요한 척' 보고해야 하는 이런 류의 작업때문에 종이의 소비, 아니 나무 죽이기를 부추기는 분위기 안에서 아직도 당분간을 배회해야 하는 나는 죄책감을 떨치기 쉽지 않다.

스스로 디지털 세상에 산다고 자부하는 우리는 지금도 인쇄된 서류를 이곳저곳에 이만큼씩을 제출해야 하는 과정을 수시로 거쳐야 '일을 했다'고 평가한다. 디지털 세상에 산다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스스로를 가둔 덫에서 헤어나와 좀 다른 방법으로, 진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변화라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내가 며칠 간 종이 죽이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문을 열어 주어도 방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하며, 끈질기게 나를 동무해 주길 자청하던 파리 한 마리는 사진 속에까지 보인다. 그나저나 이 파리는 어찌 되었을까.  


<4/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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