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세상 밖으로

WallytheCat 2018. 11. 24. 23:01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6/10 22:43 WallytheCat 




두어 주 남짓 번갈아 가며 알을 품어오던 산비둘기 부부가 이틀 전부터 새집 위에 가만 앉아 있질 않고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새집이 바닥으로부터 삼 미터쯤 되는 높이에 위치해 있으니, 아래서 올려다 보자면 새끼들의 작은 머리가 보일 듯 말 듯 확실치는 않지만 새집 안에 새끼가 부화한 눈치다. 몇 마리나 부화했는지 상태가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높은 의자를 가져다 그 위에 키 큰 남자가 올라서니, 새집 안이 고스란히 들여다 보이는 모양이다. 나는 키 작은 설움으로, 사진을 보고서야 그 속에 부화한 새끼 두 마리가 잠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화되어 겨우 이틀이 지난 새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덩치가 크다.

뒤져보니, 산비둘기들은 한 쌍의 부부가 한 번에 딱 두 개의 알만 낳아 품어 부화시킨다고 한다. 새집을 직접 짓기도 하지만, 자주 이미 지어진 남의 집을 훔쳐 쓰기도 한단다. 알이 부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어 주 정도이며, 새끼 새들은 11-15일 후면 다 자라게 되고, 그 후 일이 주 동안은 아비새가 물어다 주는 식물의 씨앗들을 먹는다고 하며, 이후로는 각자 독립해 살아간다고 한다. 알을 두 개씩 밖에 낳지 않는 이유로 일 년이면 네 번 정도 알을 낳아 키워내야 해서, 알 낳는 철이 되면 몹시 바쁘단다. 이렇게 새끼가 부화한 상태쯤 되면 어딘가 다른 곳에 또 다른 알을 품고 있기 십상이라는 거다. 이야긴즉슨, 산비둘기 한 쌍은 그러니까 한 번에, 혹은 연이어 여러 집 살림을 차린다는 건데, 이 새끼 두 마리는 부모로부터 그다지 큰 돌봄을 받지는 않는다는 거다. 가만 관찰해 보니, 먹이를 얻어 먹는 시간 외에는 부모새들이 같이 있지도 않는 듯 싶다. 인간이 제 자식을 이렇게 키운다면, 관심 부족, 애정 결핍, 교육 부재 등으로 당연히 문제 많은 어른으로 성장할 테지만, 산비둘기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먹이를 얻어 먹는 외에 대부분은 그저 스스로 커가는 성장 과정이 단순, 명료한 데다 말그대로 자연스러워 좋다.  

세상에 나와 이삼 주가 지나면 등 떠밀려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산비둘기 새끼를 보며, 생존본능이야 이미 유전인자에 박힌 채 태어난다고 쳐도, 단 몇 주 동안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습득 가능한 그들은 모두 천재 아닌가 말이다.






<Sunday 6/10/2012, American University of Sharjah, UAE>


이 글은 게으른 부부 에 엮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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