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새타령은 계속 된다

WallytheCat 2018. 11. 25. 00:52

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5/07/02 08:53 WallytheCat


한 해쯤 거를 법도 하건만, 올해도 어김없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아랍에 살 때도 늘 새들과 다양하게 얽히며 살았건만, 이곳 오하이오의 삶에도 그들과의 인연은 여전히, 꾸준히 예사롭지 않다.

새들은 이층집 나무 벽 중 가장 높고 구석진 부분을 찾아 페인트가 오래 되거나 나무옹이가 있는 지점을 공략해 구멍을 뚫어 둥지를 튼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얘기를 전하자면, 딱따구리들은 먹을만한 벌레가 없는 경우에도 그저 습관적으로 나무를 쪼아댄다고 한다. 아마도 작은 새들은, 딱따구리들이 이미 쪼아 흠이 나 있는 곳에 나머지 구멍 뚫는 작업을 마쳐 둥지로 쓰는 듯 하단다.

집에 그 높이까지 미치는 긴 사다리가 있지도 않거니와 설사 있다고 해도 그 사다리에 오를 담력을 가진 사람도 없으니, 매해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부른다. 물론 사람 부르는 서비스의 비용은 말해 무엇하랴, 생각하면 그저 가슴이 시릴 뿐이다.

어제 아침 그 비싼 사내가 와서는 직경 7-8 cm나 될까 싶은 구멍을 점검하고 사진도 찍었다. 구멍 안에 아무 것도 없다며 구멍을 막고, 벽 구석에  빨간색 반짝이 테이프 두어 줄을 새 쫓는 용도로 붙여 두며, 혹여나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떠났다. 문제가 해결 되었다고 믿었으니, 그 시간 이후로는 사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혹여나 싶어 오늘 아침 그 벽으로 난 방문을 여니, 새소리가 나긴 했지만 집 밖에서 나는 소리로 여겼다. 허나 밖으로 나가 살펴보니 집 밖에는 새가 없는데, 여전히 벽에서 새소리는 나는 거다. 밤새 새들이 그 벽 안에 갖혀 있던 거다. 오늘 오후, 다시 그 '전문가'라는 사람을 불러, 막았던 구멍을 다시 열었다. 그 구멍 안에 새끼 새들이 몇이나 살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지만, 머리를 밖으로 내밀며 요란스럽게 짹짹거리니 새끼 새들의 부모들이 근처 나무 위에서 신호를 보낸다. 구멍이 막혀 접근할 수 없던 새 부모들은 일박이일 동안 얼마나 애가 탔을꼬. 새들이 다 커서 집을 떠날 때까지 두어 주 더 걸릴테니, 기다렸다가 그 때 다시 사람 불러 구멍을 막아야겠다. 에고... 그 덕에 일이 많다.

이 다음에는 꼭 사방 벽이 콘크리트로 된 건물이나 벽돌집에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밝은 눈으로 잘 살피면, 부모 새들이 높은 나뭇가지 위에 숨어 있는 게 보일 지도... <Wednesday, 7/2/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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