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기대 밖의 환영

WallytheCat 2018. 11. 21. 12:39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7/08/23 04:31 WallytheCat


1. 두바이 공항. 2008년도인지 2009년에 완공하기로 한 두바이의 새 공항 일부가 벌써 사용되는 중인지 비행기를 그곳에 떨구곤, 사람들을 버스에 싣고 한참을 달려 통관대에 데려다 놓는다. 웬일인지 공항 안이 한산하다. 시도 때도 없이 북적거리는 공항인데 말이다.

가방들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선다. 휴, 다행이다. 무작위 검색대에 걸리지 않아서. 가방을 열어보는 검사원이 얼마나 황당하겠나. 귀중품은 커녕 커피콩과 베이글만으로 가득한 가방을 보며, '도대체, 왜, 왜 이런 것들을 밀수한 걸까?'를 고민하며, 잠도 덜깬 이 아침에,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무진 애를 쓸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두바이 공항에서 밖으로 나서면, 바로 훅하고 100% 습도를 머금은 섭씨 40도짜리 따끈한 공기가 마중을 해야 하는데, 예상 밖으로 공기는 35-36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음... 이건 여름치곤 너무 서늘하다. 석 달이 지난 사막의 나라는 여전히 전 국토가 공사 중으로 보인다. 모래바람이 잔뜩 이는지 대기는 여전히 뿌옇다.

참 이상한 건, 두바이 공항을 나서며 맞는 이 황량한 풍경, 뜨거운 공기가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몹시도 낯설었던 이 광경이, 이번에는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아무래도 여기 너무 오래 산 게지. 내 방랑의 주기가 삼사 년이라 본다면, 벌써 육 년째이니 오래 살긴 살았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여'를 외치며 떠났어도 벌써 떠났어야 했는데... 이곳에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던 건 아마도, 겪으면 겪을 수록 낯선 느낌이 드는 환경 탓일지도 모른다. 익숙해지는 기간이 그래서 두 배로 길어진 거였겠지. 사막에 오래 살면 얼굴도 낙타처럼 변해간다는 전설이 들리더구먼, 그 시기가 이제 조만간 오고야 마는 것은 아닐까.




2. 항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쾌적한 실내에서 거실 창밖을 내다보니, 바람따라 이리저리, 모래를 뒤집어 쓰고 황량하게 뒹구는 마른 꽃잎, 마른 낙엽 더미가 마치 '밖은 가을일지 모르겠다'는 착각을 실어다 준다. 이 작은 공간이 내게 주는 선물처럼이나 여겨지는 풍경이다. 그 기분도 나쁘지 않아 며칠을 즐기고 앉았다가, 급기야는 내 결벽의 한 귀퉁이가 청소 도구를 들고 설치기 시작한다. 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마당으로 나가기를 시도한다.


바로 이 때, 예전부터 익숙하게 보며 지내던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내가 웬만한 고양이들은 다 귀여워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로컬 고양이들은 뭔가 거리감이 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 고양이가 도무지 고양이 같지가 않다. 다리는 길어 키가 훌쩍 큰데다, 건장한 뼈대에 살 한 점 없이 마른 몸을 가졌다. 바싹 마른 얼굴에 당나귀처럼 큰 두 귀를 쫑긋 세운 게, 방금이라도 고대 이집트 무덤 밖으로 나와 붕대를 풀어 헤친 것 같은 미라 고양이 행색이다. 

암튼 그 녀석과 조금 놀아주다 집 밖으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마당 어디 풀숲 구석에 여전히 숨어 있었던지, 물을 얻어 맞고 화가 나서는 비명을 지르며 뛰쳐 나온다. 나도 놀라고 곤석도 놀랐다. 급했던지 부겐빌리아 가시가 잔뜩 돋힌 담장에 난 작은 구멍을 비집고 그 큰 덩치를 빼내며 도망을 간다. 어떡하나, 몸에 상처라도 났으면... 윽,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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