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Korea

오늘 종묘 앞, 회색 아니고 흰색

WallytheCat 2018. 11. 21. 17:09

Peeping@theWorld/Days in Korea 2008/01/22 22:02 WallytheCat 





거의 매일 종묘 앞을 지난다. 약간의 인내를 잃지 않고 출구가 열여섯 개씩이나 있는 지하철 역을 빠져 나와 종묘 담을 끼고 잠시 걷다 보면, 서울에 잠시 머무는 동안 내 호흡기를 망가뜨리는 주범은 아닐까라는 의혹을 잔뜩 받고 있는 중인, 석유 난로를 때는 컴퓨터 학원이 나온다. 




"뭬야? 아직도 석유 난로를 때는 데가 있단 말야?"

눈도 아프고, 냄새도 고약한 석유 난로에 대한 불평을 토로할 때마다 내가 듣는 친구들의, 가족들의 반응이다. 내가 궁금해 하던 걸 오히려 그들이 내게 되물어 할 말을 잊게 한다.


종묘의 '표 사는 곳' 앞에는 예외 없이 매일 아침 각기 다른 단체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서 있곤 했는데, 눈이 펑펑 내리던 오늘 아침엔 아무도 없는, 예외의 장면을 목격한다. 아침에 지날 땐 그 이유가 눈이 내려서일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지금 사진 속 장면을 보니 어쩌면 종묘가 오늘 쉬는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여하튼, 아무도 없는 종묘 안 소복히 쌓였을 눈을 밟으며 걷고 싶다는 충동이, 처음으로 느껴지던 아침이다. 그러면서 문득, 도착하자마자 익숙해질 수 있어 놀랍기도 하던, 그와 동시에 또 한편으로 몹시 낯설기만 하던 거대 도시 서울에 아주 조금 애정이 가기까지 한다. 이 모두가 소복히 내리던 눈 탓이다.




<Jongmyo, Seoul, 1/22/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