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Korea

가만 앉아 기억 하나 꺼내 본다: 강원도 고성

WallytheCat 2018. 11. 20. 21:17

Peeping@theWorld/Days in Korea 2007/02/25 04:21 WallytheCat


2006년 12월 어느 날, 강원도 고성에 가다. 

어느 해 여름 날 밤, 강원도 어느 바닷가에 앉아 먼 바다에서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밤 바다를 밝히며 귀가하던 수도 없이 많은 오징어 배들을 본 적이 있다. 한 밤에 길게 나란히 줄지어 들어오는 오징어 배들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전등 갯수보다 많은 오징어를 잡았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인할 바 없어 알 수 없지만 불을 환히 밝힌 오징어 배들을 보니 '보무도 당당하게'란 표현이 자연스레 떠올랐던 것도 같다.

여기 사진 속 풍경은 겨울 오후라 그런지 백열등 몇 개 달리지 않은 오징어 배들이 많이 쓸쓸해 보였다.





배들이 대부분 항구로 들어온 오후, 여기 저기 그물을 정리하고, 헤지거나 찢긴 곳을 꿰매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오후 햇살을 가득 받은 나일론 그물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한 때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던 가자미들은 알이 밴채 거꾸로 매달려 건조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예전에 흔하게 먹던 둥글 넙적한 가자미 모습과는 다르게 몸이 길쭉하고 얼굴 표정도 좀 사납게 생긴 가자미들(용가자미?)이다. 요즘엔 이런 가자미가 많이 잡히는 모양이다. 




가족들의 매일의 간절한 바람, 기도의 힘과 더불어 배는 '무사히' 정박해 있다. '무사히'란 글씨는 누가 써 주었을까.



이른 아침부터 지펴지기 시작했을 화톳불은 이미 사그라지고 있고, 아낙 하나는 별 온기를 전해주지 못하는 화톳불을 버리고 저만치 따뜻한 햇볕을 등에 한껏 받고 앉아 편안하게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겨울의 동쪽 바다, 깊고 푸르다. 보고 앉아서도 그리운 풍경이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