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딱 한 마리!

WallytheCat 2018. 11. 22. 00:05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8/09/21 00:47 WallytheCat





이곳 한 주의 첫날인 일요일, 그러니까 지난 주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9월 1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된지라 학교 직원들은 오후 2시면 모두 퇴근하고 없다. 3시 20분이면 수업도 모두 마치게 되니, 그 시간 이후면 남아 있는 학생도 일하는 교수도 거의 없다. 공공장소에서는 물 한 모금도, 떡 한 입도 먹을 수 없으니 누군들 기운이 남아 돌아 학교에 남아 있겠나.


4시 반이나 되었을까. 기운이 펄펄 남아서가 아니라 할 일이 너무 밀려 혼자 남아 일을 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정적만 남은 시간,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은 시간이 되었을 때, 열어 놓은 방문으로 새앙쥐 한 마리가 내 방 어디선가 슬며시 기어나와서는 재빠르게 문 밖으로 내달리는 게 아닌가. 하도 기가 막혀 그런지 비명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한숨이 나고 만다. 그 뒤를 따라 복도로 나가 보았지만, 이미 어디로 튀었는지 쥐꼬리의 그림자도 어른거리지 않는다.






그날 아침 보았던 깨알처럼 작은 동물의 배설물 흔적이며, 제법 큰 과자 한 개의 포장을 뜯어 반도 넘게 먹어 치운 동물이 도마뱀이었으려니 짐작했건만, 그러니까 그것이 내 희망 사항대로 도마뱀이 아니고, 새앙쥐 한 마리가 주말 이박삼일 내내 내 책상 위에서 마음 턱 놓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낮잠도 즐기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내 책상 서랍 안을 뒤져 먹으며 배 두드려 가며 놀았던 것이었으며, 놀고 먹던 그 자리에다 배설까지 망설임없이 행했다는 얘기렷다. 너무나 즐거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는, 일요일 아침 도망갈 적당한 때를 놓쳐서는 방 안에 숨어 나랑 하루 종일을 같이 지냈었더란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물론 곤석한테 직접 자백을 받아내지는 못했으니, 주말 파티에 몇 마리나 되는 친구 쥐들이 초대되었는지, 어떤 내용의 대화와 향응이 베풀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아낼 방도는 없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방 문을 열고 처음 하는 일이 쥐의 흔적이 있나 없나를 찾는 일이었다. 음식이라곤 그 부스러기도 남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쥐는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흔적을 보였다. 문 아래로 난 작은 틈으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양이었다. 이 무슨 스트레스 받는 하루의 시작이란 말인가.



게다가 학교 어느 실기실 창고에서 다른 색의 새앙쥐 한 마리를 또 보았다. 학교 담당자한테 내가 본 쥐 두 마리의 출현에 대해 말했더니, 아예 쥐에 얽힌 귀여운 동화를 내게 들려주는 격이다. 아주 작은 새앙쥐 한 마리가 있단 말은 자기도 들었는데, 아마도 그 한 마리가 온 학교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내가 두 번 보았을 것이란다. "내가 본 게 하나는 흰 쥐, 하나는 진회색 쥐였는데, 쥐 한 마리가 옷도 바꿔입고 다니는 모양이네요?" 하려다가 말았다. 한 마리건 두 마리건 쥐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그녀의 배짱이 대단하다 싶다. 혹시 돌아다니는 새앙쥐들이 그녀의 애완 동물 아닐까 싶은 의심도 슬쩍 들 정도다. 매일 계속되는 내 성화에 드디어는 쥐덫을 여러 개 구해 놓겠다는 얘기까지는 전해 들었다. 아무래도 느려 터진 학교의 조치에만 의존할 수는 없겠다 싶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쥐약이나 쥐덫 외에 아주 효과적이라는 자연 퇴치법도 소개되어 있었다. 쥐가 가장 싫어하는 냄새는 페퍼민트라나. 페퍼민트 에센스나 기름을 구해 솜뭉치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군데군데 놓아두면 쥐가 도망간다고 했다. 아주 소량만 사용해야지, 지나치게 많은 양을 사용하면 그 향이 너무 강해서 사람의 눈과 호흡기에 무리를 준다고 한다. 페퍼민트 에센스나 기름이 없으면 민트 잎도 괜찮다고 했다. 집을 둘러 마당에 민트를 기르면 쥐가 없다는 언급도 있다.

닷새째 되는 날, 급한 김에 혹시나 하고 녹차 잎 담은 그릇을 몇 군데 놓아 두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쥐의 방문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어쨌거나 그건 임시 방편이었으니, 오늘 나가서 페퍼민트 에센스 오일이란 걸 사왔다.    

서랍 안에 넣어 두고 허기지고 목마를 때 몰래 먹고 마시던 걸, 나와 의논없이 쥐가 조금 나눠먹은 것 뿐이겠으나 온갖 질병을 옮기고 다니는 쥐를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는 일. "서생원, 넌 내일이면 네가 정말 싫어하는 페퍼민트 향을 맡고 멀리 멀리 도망가게 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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