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비 온다

WallytheCat 2018. 11. 22. 00:11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9/03/30 05:30 WallytheCat 






"주중에 하는 파티엔 가기가 좀 그렇더라, 그치."
"그 사람 부인 생일이라는데 안 가기도 뭣하잖니. 가까운 마켓에 가서 꽃이라도 사서 잠시 들르지 뭐."


늦은 오후, 다섯 시 반. 동료와 함께 가까운 마켓에 들러 비닐 봉지에 넣어준 물건들을 챙겨 나오며 올려다 본 하늘은, 금방 비라도 쏟을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건 아무래도 비 구름 같지 않니? 여기서 삼월에 비라니 말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꼭 비 올 것 같은 검은 구름이네. 기적처럼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면 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막에서 그것도 삼월에 비가 올거라 상상을 하다니... 너 요즘 일을 좀 심하게 하더니, 약간 이상해진 것 같다."
"그려, 나 이상해졌다. 근데 진짜로 비 오면 어쩔 건데. 5디렘 내기 하기다."

사막에 비 올 것 같지 않냐는 말 한마디 했다고 졸지에 약간 이상해진 인간 취급까지 받은 나는 열이 올라 5디렘 내기로 호기를 부렸다.   



그 날 저녁, 생일 맞은 사람 집 뒷마당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은 난데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 당당하게 5디렘을 요구하는 내게, 친구는 15분 이상 지속되어야 진정 비라고 부를 수 있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론까지 들이밀며 약은 꾀로 버틴다. 비가 몇 분 떨어지고 말 줄 알았던 게다. 사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비는 두어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내린다. 그녀는 결국 계산이 안 되는 큰 빚을 졌다며 패배를 인정한다. 물론 그 돈이야 아직도 받지는 못했다. 그게 지난 수요일이었으니, 벌써 닷새 전 일인가 보다. 그걸 다 계산하자면 비로 꽤 큰 돈을 번 셈이다.


그 날 이후로 비가, 닷새째 내리고 있는 중이다. 비를 보는 일이야 무엇에 비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지만, 기적처럼 내리는 비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었으니, 이 사막 나라에는 비에 대비한 배수구 설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건물 안 곳곳에 비가 새는 것 뿐 아니라, 밖에는 연못 같은 웅덩이가 수없이 생겨 나고, 출퇴근 시간에는 대란이 벌어지고 있음은 말해서 무엇하리.


지금도 창 밖에는 번개가 치고 있다. 비가 와서 행복해 하며 나보다 더 활짝 웃는 건 주위의 식물들이다. 바닷물을 담수화해 쓰는 수돗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량요소와 양분을 담뿍 지녔을 생명수, 빗물은 뜨거워진 볕에 죽어가던 모든 풀, 꽃, 열매를 되살려 내는 중이다.



<Sunday 3/29/2009>  



'Days in UA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심한 시선, 숨은 일상  (0) 2018.11.22
류 연복 판화전, 아랍에서 열리다  (0) 2018.11.22
Dubai Art Fair 2009 (2)  (0) 2018.11.22
Dubai Art Fair 2009 (1)  (0) 2018.11.22
Madinat Jumeirah, Dubai  (0) 2018.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