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무심한 시선, 숨은 일상

WallytheCat 2018. 11. 22. 00:12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9/04/29 04:55 WallytheCat 




무엇을 실적으로 내어 놓아야 그가 원하는 무언가가 손에 쥐어지는 것인지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다손 치더라도 해도 너무 한다 싶은 때가 종종 있다. 미술에 관해 좀 아는 사람이거나 최소한 관심이라도 가진 사람이 윗사람이 되길 바랐건만 말로만 떠들던 바람이 그리 간절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이루어지지 않은 걸 보니.


나라가 전쟁 중인지라 언제라도 타향살이를 툴툴 털어버리고 식솔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이라크인들을 대하는 다른 아랍인들의 태도는 다분히 이중적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된다.  앞에서는 형제, 뒤에서는 전쟁 중인 상황을 악용해 함부로 부리려는 경향이 그것이다. 돌아갈 든든한 고향 땅이 없는 사람들이 알고도 모른 척 그저 겪어내야 하는 설움은 많다.

형제란 말은 자신의 이득에 부합될 때만 쓰는 달콤한 호칭이던가. 말로만 전해 듣다 실제로 내 눈 앞에서 그가 내 이라크인 동료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당혹감이라니. 뭔가를 행동으로 보여 동료를 도와주어야 하나 어쩌나를 망설이다 그 순간을 놓쳐 버리고 말아, 당혹감에 죄책감까지 더해졌었다.  며칠 지나 어떤 이가 그런다. 그런 상황에 본인 스스로 당당하게 싸워 맞서야 하는 일 외에 다른 사람이 도울 일은 별로 없는 것이니, 동정이나 죄책감은 떨쳐 버리라고. 그 말도 맞다 싶다. 



그러던 중 어제, 드디어 이라크인 동료가 그 앞에서 당당하게 맞선 이야기를 들려 준다. 같이 소리를 높이며 따졌더니, "너는 나한테 소리 지를 수 없는 거라"고 하더라나. 그래서 그 동료가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를 수는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대꾸해 주었단다. 점잖기만 한 그 동료에게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필요했던 행동이었는지를 아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짝짝짝 박수를 보내주었다.  

<4/7/2009, Sharjah A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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