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돌고 돌아 온 커피 두 봉지

WallytheCat 2018. 11. 24. 22:24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4/03 00:02 WallytheCat

봄방학이었던 지난 주, 학생들과 이태리 로마로 육박칠일 간 수학여행을 갔던 동료가 커피 두 봉지를 사다 주었다. 길을 걷다가 커피 가게가 보이길래 커피 좋아하는 내게 줄 커피를 사러 들어 갔다가 예맨 커피가 보여 가게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달라고 했다나. "이 가게서 가장 좋은 예맨 산 커피로 주세요!" 예맨 산이면 그 가게 안에서 다 그게 그거지 뭐 특별나게 다르겠냐만, 그녀의 그 과장된 듯 보이는 당당한 외침이 안 봐도 내 눈에 훤히 보인다. 이리 눌리고 저리 밀리며, 속 여리디 여린 그녀가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소리라도 당당할 것!

여행 중 팁으로 일 유로를 주기 좀 아깝다 싶을 때 쓰라고 별 생각 없이, 일 달러짜리 스무 장을 마치 거금이라도 주듯 봉투에 두둑히 넣어 주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큰 돈도 좀 챙겨줄 걸 그랬다.

이미 두어 번 맛보았던 적 있어, 별 기대는 하지 않고 한 잔을 만들어 마셨는데… 아, 이렇게 맛난 커피, 태어나서 처음이다. 커피에 관한 최대 감탄사는 좋은 커피를 마실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지껏 몇 번 맛본 예맨 산 커피 중 이것이 단연 최상의 맛이다.

커피 맛이 이렇게 황홀해도 되는 것인지. 예맨서 나고 자란 커피가 돌고 돌아 다시 아랍 땅에 사는 내게로 왔다. 이 커피가 다 떨어진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영 괴로우면, 괴나리봇짐 메고 맛깔나게 볶은 예맨 산 커피를 구하러 로마에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Sunday 4/1/2012, Yemeni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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