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나, 행복한 어물전 고양이

WallytheCat 2018. 11. 24. 22:27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4/10 03:12 WallytheCat


한국서 오신 미술작가 한 분이 내가 일하는 미술대학에 들르셨다. 구석구석 보여드리며 설명까지 곁들이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 동료 하나, 그 분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두바이에 나가 늦은 점심을 들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간다. 저녁 여덟 시까지 개방한다는 샤자의 한 박물관에 내려 달라시더니, 친구와 내가 샤자 어시장에 갈거라 했더니, 재미있겠다며 박물관 방문을 바로 포기하시고, 같이 가겠다신다.



이미 저녁 준비 장보기를 마친 시간인지 팔려는 사람만 잔뜩 보이지, 사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자 형광등이 빛을 발하며, 비치는 모든 것을 더욱 푸르고 창백해 보이게 한다. 항시 그렇듯 나는 우르두어(Urdu)를 하는 친구를 졸랑졸랑 따라다니고, 자신이 마치 내 친정 언니라도 되는 듯 친구는 재빠르고 능숙하게 이것저것을 흥정하며 산다.



누군가 그녀에게 킹피시(kingfish)가 좋다고 하여 몇 조각을 산다는데, 친구는 단면으로 자른 물고기 뱃속에 알이 든 걸 보고는 기겁을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비린 것 낭비하는 걸 아까워 하는 내가 비닐봉지에 챙겨 담아 왔다. 



옷도 삼색으로 예쁘게 잘 차려입은 데다가 어찌나 토실한지, 한 눈에 이 고양이는 어물전에 머무르며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고 사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고양이임을 알 수 있겠다. 고양이는 목청을 있는대로 높여 어물전에서 일하는 남자 하나와 대화를 하는 중이다. 사람인 내 눈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 중 하나 아닐까 싶은데... 모르겠다, 직접 물어보면 어떤 불평 덩어리를 속에 안고 산다고 투덜거릴지는.


<최대 25kg까지 저울질이 가능한 천칭저울(balance scale)>


<Sunday 4/8/2012, Fish Market, Sharjah, UAE>


*킹피시(kingfish)를 한글로 찾아보니, 한글로는 없는 물고기인지 '킹피시'라고만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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