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섬 사아디야트(Saadiyat Island)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4/21 06:00 WallytheCat

며칠 전 동료 하나가 아부다비의 인공 섬 사아디야트에(Saadiyat)서 열리는 전시회 오프닝 초대장을 받았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가자는 시간이 화요일 저녁이라 다음 날 출근하는 일이 부담스러워,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했다. 자기가 운전을 할 게 아니라 백 디렘을 주고 대리 운전자를 하나 구했다며, 그녀와 나는 뒷자리에 편안하고 우아하게 앉아 다녀오면 된다며, 내가 안 가면 자기 혼자라도 갈 거라며 단호했다. 총 여섯 시간이 걸릴 장거리 운전이 백 디렘($27)이라니, 그 지나치게 저렴한 비용도 의심스러운데다 운전해 줄 사람이 낯선 남자라니, 혼자 보내기에는 못내 마음이 걸렸다. 울며 겨자먹기로 동행하기로 했다.

길을 떠날 때 보니, 운전자를 소개해 준 사람까지 보호자 역할로 등장해, 앞 자리에는 낯선 두 남자가 앉고 뒷 자리에는 나와 동료 둘이 앉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운전은 기가 막히게 하되 영어와 아랍어로 적힌 이정표를 잘 읽지 못하는 듯 싶다. 운전자 옆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자를 소개한 사람이라 양쪽을 다 잘 알기도 하거니와, 이정표를 읽으며 길 안내자 역할을 했다. 언뜻보면 좀 묘하긴 하지만, 나를 포함해 차 안 승객 넷은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의 조합이었다. 그것이 약간의 용돈을 버는 일이 되었든, 친구를 보호하는 역할이 되었든.

샤자에서 아부다비 초입에 위치한 인공 섬 사아디야트까지는 편도로 두어 시간 걸리는 길이다. 오후 네 시 반에 출발했으니, 목적지인 아부다비의 인공 섬에 도착할 때는 노을이 발갛게 지고 있는 시간이 되었다. 샤자에 사는 네 사람이 이정표를 제법 열심히 보았음에도, 낯선 곳이라 결국 공사장 한복판에 들어가 길을 잃었다.

빈 땅도 널렸는데 왜 굳이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인공 섬을 지으려는 것일까. 왜냐고? 왜냐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겠지. 그 인공 섬은 아직도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어쨌거나 그 인공 섬 위에도, 불그스레 지는 해는 속절없이 아름답다.

잃은 길을 다시 찾아 전시장에 도착하니, 일곱 시 십 분 전이다. 일곱 시에 한다던 오프닝은 일곱 시 반이 되어도 시작을 못하고, 온다는 그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 아부다비 통치자의 아드님이시란 것 같다. 

말끔하게 단장하고 차려입고 나타난 사람들은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여러 나라들의 대사들, 문화계 인사들인 모양이다. 

샤자에서 십일 년째 녹을 먹고 있는 내가, 언제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는 아부다비 왕가를 기다렸다가 눈도장 찍을 일도, 오프닝에서 그들의 긴 꼬리의 일부가 되어 따라다닐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어, 나는 혼자라도 그 건물에 달린 식당에 가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하니, 한 성질 하는 내 심사를 건드리고 싶지 않던 친구도 그러자며 따라 나섰다. 

저녁을 먹고 나서 한 시간 후에 전시장으로 돌아가니, 공식 오프닝 행사는 이미 끝이 난 모양이고, 전시장 문은 활짝 개방되어 있었다. 아부다비 왕가를 알현할 기회를 놓친 친구는, 속으로는 무척 아쉬웠겠지만 나 때문에 내색도 못하는 것 같았다.

전시장에 들어가 보니,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서 주관하는 전시는 기대했던 것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컸다. 모두 280점의 유물이 전시 되었는데, 대부분은 대영박물관 소유의 것이고 소수는 여러 곳에서 대여한 것이라 했다. 

사진 찍는 기자들과 방송국 사람들이 하도 여럿이라 나까지 수선 떨고 싶지 않아 자제했다.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한국 유물은 고려 청자 한 점과 조선시대 자개함 한 점이 있었다. 대영제국의 힘이 넘칠 때 세계 곳곳을 침략하고 약탈한 흔적이 많기도 하다 싶어, 아랍 하고도 아부다비의 인공 섬에서 세계의 귀한 보물들을 보고 서 있으면서도, 감격보다는 가슴 한 켠이 아리고 씁쓸했다.

전시 유물 중에는 금속 유물, 장신구 유물들이 다수 있어, 책자가 있으면 한 권 사고 싶었는데, 마침 귀빈 초청이라고, 가방 안에 361쪽이나 되는 두터운 책까지 넣어 선물로 준다. 어줍잖은 사진도 안 찍길 잘 했다. 전시 중인 280점의 사진 모두가 수록되어 있으니.  

간판 사진을 한 장 찍으려는데, 도로에서나 가끔씩 보이는 벤틀리(Bentley) 한 대가 입구에 세워져 있다.

집에 돌아오니, 밤 열한 시가 넘었다. 도합 여섯 시간 반이 걸린 긴 나들이였다. 문화인 되기도 쉽지 않다. 피곤했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길에 함께 나선 소개자에게는 내가 오십 디렘을 건넸다. 운전자와 똑같이 주자고 하니, 내 친구 말이, 그래도 그런 게 아니라며, 운전자와 차별을 두어야 하는 거라며, 일러준 금액이었다. 

<Tuesday 4/17/2012, man-made Saadiyat Island, Abu Dhabi, UAE>

전시회 제목: 세계 문화 보물전(Treasures of the World's Cultures)
전시회 장소: 아부다비, 마나라트 알 사아디야트(Manarat Al Saadiyat, Abu Dhabi, UAE)
전시회 기간: 2012년 4월 18일-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