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못내 아쉬워, 카펫 한 번 더...

WallytheCat 2018. 11. 24. 23:07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7/18 02:19 WallytheCat


이삿짐 회사 직원들이 오기 전에 이삿짐도 정리하고, 내 작업도 서둘러야 해서 괜시리 혼자 이리저리 바빴다. 그 와중에 "이제 언제 샤자에 다시 와 카펫을 사겠냐"며 못내 아쉬운 남편은 주말에 카펫을 보러 가자고 했다. 말이 좋아 '보러 가자'는 거지, 한두 장 사자는 의미라는 것 빤히 안다.

아랍에 오래 살면서, 남편이 카펫에 눈뜨게 되어 좋아하게 되다니, 이것은 기대 이상의 효과라 아니할 수 없겠다. 워낙에 쇼핑이란 걸 싫어하는 사람인지라 뭐가 되었든 사러 가자고 먼저 바람을 잡으니, 신기하기도 해 차마 거절할 수가 없다. 지난 십 년 넘도록 알고 지낸 카펫 상인 하싼에게 전화를 했더니, 여름임에도 고향인 방글라데시 치타콩에 안 가고 다행히 일을 한단다. 집에는 석 달 전에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하싼이 없으면, 같은 가게라도 카펫 사기를 포기한다. 하싼도 그걸 안다. 낯선 상인과 카펫 값을 흥정하는 일은 몹시 피곤한 일인데다 바가지 쓰는 일도 흔한데, 하싼은 그런 나에게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나름의 의리를 지켜왔다. 내가 카펫을 사러 오면 남는 게 별로 없으니 반갑지도 않다며 투덜거리는 일 역시 잊지 않지만.

전화를 했을 때는 자기가 일하는 가게에(주인이 가게 네 곳 소유자) 만 장이 넘는 카펫이 있으니, 일단 오라고 큰 소리를 치더니, 막상 내가 원하는 카펫은 몇 없는 모양이다. 내가 원하는 건 씨실과 날실 다 모섬유로 짠 페르시아(이란)산 작은 카펫이었는데, 보여주는 건 썩 마음에도 안 드는 면 씨실에 모 날실로 짠 것들만 있다. 결국 면 씨실에 모 날실로 짠 이란산 작은 카펫 두 장과 씨실과 날실을 모섬유로 쓴 카자흐스탄산 것을 하나 샀다.


<면 씨실과 모 날실을 쓴 이란산 카펫, 그리 길지 않은 복도용이다>


<면 씨실과 모 날실을 쓴 이란산 카펫, 그리 크지 않다>


<모 씨실과 모 날실을 쓴 카자흐스탄산 카펫, 역시나 크지 않은 크기다>

하싼이 그런다. 두어 주 전에 한국 여자 손님 둘이 와서는 내 친구라며 카펫 값을 흥정했다나. 내 친한 한국 친구들은 다 이 나라를 떠나 남아 있는 친구가 아무도 없는데, 누가 아직도 내 이름을 팔며 카펫 값 흥정을 한단 말인가. 인상 착의를 물었더니, 한 사람은 통통하고 한 사람은 말랐단다. 그 정도 설명으로는 누군지 짐작도 안 간다.



골라 놓은 카펫 석 장을 접으며 하싼이 또 그런다. 요즘엔 이란에서조차도 견사며 모사를 중국에서 수입해 카펫을 짠단다. 요즘 샤자의 '블루 쑥'에도 하루면 여러 차례 중국인을 태운 관광 버스에서 사람들을 내려놓곤 하는데, 그 중국 사람들 역시 이란산이라며 카펫을 열심히 사간단다. 그려, 지구 어느 곳도 중국산 물건, 중국산 재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그래도 이란 사람들의 손으로 짠 카펫이니, 이란산이라 믿으며 사련다. 



카펫 두 장을 이렇게 같은 크기로 착착 접어 한 봉투에 꽉 차게 넣어주는 재주는, 적어도 어려서 이불이라도 개켰던 기억이 있는 사람 아니면 흉내도 못 낼 듯 싶다. 샤자의 '블루 쑥(Blue Souq, 쑥은 아랍어로 시장이란 의미)'에서 구매하는 카펫은 아마도 이것으로 막을 내리는 것 아닌가 싶다.  


<Friday 7/13/2012, Blue Souq, Sharjah, U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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