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숨어 마시는 맥주 맛

WallytheCat 2018. 11. 24. 23:19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2/07/31 04:48 WallytheCat


라마단 기간 중에 술 파는 상점은 문을 열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평소에 술을 팔던 호텔에 속한 음식점 역시 술을 팔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자동적으로 하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리 생각했다. 같이 외출하기로 한 친구가, 두바이에 있는 '벨지언 카페'에 전화 해 알아본 결과 영업 시간만 저녁 여덟 시로 늦추어 여는 걸 빼고는 술은 여전히 판다고 했단다. 그래서 지난 목요일로 날을 잡아 여덟 시 즈음에 맞춰 갔다.

평상시 이곳은 손님이 너무 많아 발디딜 틈조차 없어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서서 맥주를 마셔야 하는 곳인데, 이 날은 지레짐작 미리 포기한 많은 사람들 덕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술을 파는 것까지야 좋은 일이지만, 바깥도 아니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은 것이 좀 괴롭긴 했다. 옆 좌석에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맥주를 한 잔 하는 부부가 있다. 아무리 한 잔 하고 싶었어도 그렇지 어찌 담배 연기 뽀얀 실내에 아기를 데리고 들어올 생각을 했는지, 딱하다.

저녁식사와 함께 맥주 몇 잔 마신 가격이 맥주집 치고는 상당한 편이었지만, 많은 게 금지된 기간 동안 이 정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행운으로까지 여겨졌으니, 충분한 심리적 보상은 되었다 싶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사과는 훔친 사과라 했던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당연히 금지된 곳에 숨어서 한 잔 얻어 마시는 맥주 아닐까.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세 가지 다른 맛을 다섯 개의 잔에 담아 온 맥주 샘플러다.>


<생선 튀김>


<무지막지한 크기의 햄버거>


<Thursday 7/26/2012, Belgian Cafe, Dubai, UAE>


'Days in UA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외선거 관리' 문제 많다  (0) 2018.11.24
이프타(Iftar)  (0) 2018.11.24
내게 날아든 책 한 권  (0) 2018.11.24
라마단의 시작  (0) 2018.11.24
이삿짐 떠나던 날  (0) 201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