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6/07/27 12:13 WallytheCat
여러해살이풀인 이 붉은꽃 역시 올 여름엔 작년보다 영역을 넓히고 개체수를 훨씬 늘렸다. 열흘쯤 전부터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더니 며칠 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활짝 핀 꽃 하나가, 세상에나, 사람 얼굴 크기만 하다. 접시꽃(hollyhock)인 줄 알고 심었더니만 쟁반꽃을 피울 줄이야. 무식하면 용감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꽃이름도 몰랐다가 '꽃잎이 큰 여름꽃' 이미지를 뒤져보니, 히비스커스(Hibiscus)라는 이름이 쉽게 나온다. 하와이 주의 꽃이 같은 종인 모양인데, 내 집 마당에 핀 건 열대지역의 것과는 달리 추위를 견디며 여름이면 피는 꽃이다.
사람 얼굴 만한 크기의 꽃이 활짝 피면 '작위적'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평상시 보던, 예상 가능한 크기의 꽃과는 거리가 멀어 그런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꽃색은 자주색이라기 보단 적갈색 (maroon)에 가깝다. 꽃은 하루나 이틀 잠깐 피었다가 초록잎에 검붉은 꽃잎을 덕지덕지 붙이며 사뭇 흉칙한 모습으로 진다. 내 언젠가 접시꽃 씨를 꼭 구해 햇볕 잘 드는 곳 찾아, 보란 듯이 심어보리라.
지난 성탄절 즈음에 조카가 포인세티아 화분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늘 그렇듯이, 처음에는 잠시 예쁘다가 얼마 후엔 비실거리며 잎을 떨구다가 결국엔 쓰레기통으로 버림을 당하는 게 예측된 수순이었다. 그런 이유로 양란 화분도 포인세티아 화분도 잘 사지 않는데, 선물로 받은 것이니 가능하면 오래 살려보려고 최선을 다하긴 했다. 부엌 창가에서 봄까지 잘 보내다 여름이 되자 잎이 거의 다 떨어져, 마치 털이 죄다 빠져 비루해 보이는 늙은 청솔모의 꼬리 신세가 되었다. 별 기대 없이 앞뜰 빈 공간에 심었는데, 몇 주 지나자 싱싱한 초록잎이 새로 나오며 행복에 겨운 미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Tuesday 7/2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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