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오만 북쪽 해안, 카삽으로의 여행 3

WallytheCat 2018. 10. 27. 13:01

오만 북쪽 해안, 카삽으로의 여행 3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7/02/15 02:29 WallytheCat

잔잔하고 나지막한 곳에 배를 대어 놓고 수영도 하고 스노클링도 하라고 종용하지만 좀 찰 듯 싶은 물에 과감히 옷을 벗어 던지고 풍덩 뛰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동안 배 멈춰 수영하기'가 그 날 여행 일정에 포함되었건만, 관광객들의 호응도가 0%에 이르자 난감한 모양이다. 물이 전혀 차지 않다며 아무리 꼬여도 아무도 흥미를 보이지 않자, 배를 몰던 청년이 마지못해 혼자 물에 들어가 잠시 심드렁하게 수영을 하다 다시 배에 오른다. 흠... 추웠던 게지.


어느 덧 시간이 지나 점심 때가 되었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카레소스에 푹 담근 닭고기, 샐러드, 밥, 빵 등으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객지 생활을 오래 한 나같은 사람이야 먹을만한 식사였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향이 짙은 푸실한 밥을 먹지 못한다. 정말로 배가 고팠다면 모두 맛있게 먹었을 지도 모르지. 


한낮이 되어 해가 중천에 걸리니 산들의 모습에 그림자가 사라져 아침보다는 좀 덜 입체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바다는 여전히 그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작은 배 하나가 길을 멈추어 서서 낚시질을 한다. 옥빛 영롱한 물 위에 놓인 배는 아주 낭만적으로 보인다. 저 작은배에 그대와 내가 단 둘이 앉아 낚시질을 해야 그림이 제대로 되는 것 아닌감. 남편과 저런 풍경에 단 둘이 앉아 낚싯대 드리우고 앉아 있을 날 있으려나. 



오전에 돌고래를 보았던 근방에 다가오자 다른 배들이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배를 멈추고 기다리는 게 보인다. 미안한 말이지만, 멀리서 다른 배를 보니 마치 표정없이 주저앉은 난민선과도 좀 닮아 보인다. 


오후에도 여전히 돌고래들은 그 부근에 있었다. 돌고래들은 그냥 그곳에서 사는 걸까. 멀리까지 다니러 갔다가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는 걸까. 쉴 때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쉬는 걸까. 녀석들, 많은 걸 궁금하게 하네. 



늦은 오후가 되어 해가 조금 떨어지자, 아침과는 또 다른 대조를 이루며, 산과 바다와 하늘빛이 각기 다른 정도의 명암을 담아 다양한 청색을 드러낸다. 아침 햇살로는 눈부시게 신비한 풍경을 자아냈다면, 오후 늦은 시각에는 그 장엄함을 드러냈다고 해야 할까. 


그 다양한 푸름을 풀어내기에 내 어휘의 한계가 느껴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사진으로 백 번 보면 뭣하겠나, 한 번 보면 그저 알게 될 것을... 그래도 내가 '아' 하고 감탄사를 한 마디 내지르면, 그 '아' 소리 속에 이 풍경이 담은 수 백 가지 다른 푸름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의미를 공유할 사람이 하나쯤 있으면 좋긴 하겠다. (뭔 소리여?) 


오만의 한 끝을 잠시 둘러보며 느낀 것은, 보다 야무지게 생긴 듯한 이 오만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거다. 내가 사는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일을 하지 않는 거만한 모습으로 내게 각인된 데 반해, 오만 사람들은 '오만하지 않게도' 곳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을 하는 아랍인이라... 이것만 해도 내겐 신선한 충격이다. 활력이 있어 보여 좋다. 일을 한다는 건 삶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거니, 다분히 생산적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전해 준다. 단지 그 점 때문에라도 호감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낚시를 하는 부자의 모습이다. 허연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 그물을 만지는 아빠와 자못 심각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들이 둘 다 귀엽다. 어린 아들이 무면허인 건 확실하지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으니 눈 감아주자. 



저만치 보이는 배 위에는 어른이 단 한 명도 없이 모두 어린 아이들 뿐이다. 다른 세상에서 아이들이 다른 걸 하고 놀 때, 이 아이들은 바다 위에서 고기잡이 놀이를 하며 노는 모양이다. 모두 신이 나서 그물을 당기고 있다. 그물 속엔 무엇이 잡혔을까 궁금하다. 


오만 카삽에서의 일명 '선상에서의 신선놀음'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 배에서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종일 햇볕에 드러나 있던 팔이며 다리는 하루만에 새까맣게 그을었다. 새벽 별을 보며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 여정은 배에서 내려 세 시간 차를 타고 귀가해 밤 별이 떠 있는 걸 보는 것으로 마쳤다.  

사실 이 곳은 하루만에 서둘러 마치기 보다는 이틀이나 사흘 정도 묵으며 좀 더 돌아 보아야 할 곳이었다. 풍부한 어장을 자랑하는 이곳 해변 마을도 둘러 보고, 높은 산 위에 올라 사파리도 하며 뒤져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친구들이 모두 다음 날 오후에 떠나기로 되어 있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 하루 짜리 단막극으로 마친 게 조금 아쉽다. 

top
태그 : 

엮인글 주소 :: http://blog.ohmynews.com/wallythecat/rmfdurrl/147664 엮인글 쓰기

    1. tetrakim 2007/02/15 14:01  

      잘지내고 있구나.

      •  WallytheCat 2007/02/15 16:34 

        예, 모두 건강히 계시지요? ^^

    2.  녹두 2007/02/16 21:21  

      오랫만에 들어왔네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

      •  WallytheCat 2007/02/17 17:00 

        오랫만이에요. 녹두님도 건강하시지요? 
        녹두님 방으로 곧 마실갑니다~. ^^

    3.  폴리네시아 2007/02/17 11:27  

      좋은 글, 멋진 사진 
      부럽게 감상했습니다.
      (아~ 왜 이리 배가 아프지.)

      오만이 사막인 줄 알았더니(왕무식) 저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니 꼭 한번 가야쓰것다고 중얼대면서요.

      책이 왕창 팔리면 가능하려나. ㅎㅎ

      너무 잘 봤습니다.
      빨랑 계속 올려줘요.

      해피 설 되시구요.(내일이 설 명절인데 좀 있다가 친구네로 김치 얻으려 가려구요, ㅋ)

      •  WallytheCat 2007/02/17 17:05 

        오만이 사막은 사막인데, 오아시스 지역에는 초록도 많고 높은 산들도 제법 있답니다. 오만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좋다고들 하지요. 저도 아직 저 풍경이 눈 앞에 삼삼합니당. 

        책 왕창 팔려서 폴리네시아님의 오만행 여행이 이루어지길 저도 무지무지 바래봅니다. 

        전 어제저녁 여기 사람들과 모여 설을 당겨 먹었답니다, ㅎㅎ. 김치 얼렁 얻어다가 좋은 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