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구근을 심었던 게 한참 전이라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에도 없다. 해마다 꽃의 수가 줄더니, 올해는 손에 꼽을 만큼 몇 안 되는 꽃이 피었다. 흰색 꽃이 몇 피더니, 그 다음날 노란색 꽃 딱 하나, 또 그 다음날 옆으로 누운 채 보라색 꽃 하나가 피었다. 흰꽃은 청초해 보이고 노란 꽃은 든든해 보이지만 그중 내 마음을 가장 크게 훔치는 건 역시나 보라색 꽃이다. 붓꽃이 고운 꽃이긴 한데, 그 큰 꽃을 지탱하는 길고 가는 꽃대를 보자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마당의 꽃구경 덕에 그나마 마음 흔들리지 않고 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으니, 늘 고마운 존재들이다. 작년 11월 18일 둘째 시누이댁에 갔다가 얻어 온 도기 항아리다. 내 기억으로 그 댁 벽난로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