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월에 서로 경쟁하듯 정신없이 꽃을 피우더니, 꽃들은 잠시 쉬어가기로 한 모양이다. 꽃이 없는 마당은 텅 피어 지루해 보인다. 그 대신 녹음은 나날이 짙어지는 중이다. 오월이 시작되자마자, 늘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는 산사나무에서 피는 꽃을 시작으로, 어여쁘지만 무겁기 한량없어 축축 늘어져 매달린 모습으로 보기에도 불편한 불두화, 향기가 화려한 라일락, 대책 없이 가는 몸매에 키까지 커 바람 불면 쓰러질 듯한 붓꽃 등이 차례로 피더니, 이제 여름이 모퉁이를 돌아 바싹 다가오는 중이다. 팬데믹 이후 지난 일 년 내내 휴가란 걸 낸 적이 없다는 걸 얼마 전 문득 깨달았다. 코로나바이러스 덕에 잔뜩 긴장한 채 사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던 걸까. 어쩐지 좀 피곤한 것 같기도 하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