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에 만만한 크기의 꽃밭 겸 텃밭인 밭이 하나 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넓어 그 폭이며 넓이를 대폭 줄였던 게 칠팔 년은 된 것 같다. 그 밭을 둘러놓은 두어 단 짜리 돌담이니 담이라 할 것도 없지만 어느덧 그마저도 경계가 모호하게 허물어져 정리 정돈이 필요해 보였다. 두어 주 전 주말, 큰마음먹고 일을 시작했다. 시작하고 두어 시간이나 지났을까. 돌들을 걷어내던 중 돌과 돌 사이 작은 뱀 하나가 보인다. 한여름에는 종종 개미집이 나타나 기겁을 하곤 했지만, 뱀이라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복병이었다. 뱀은 제 몸이 드러나자마자 재빠르게 어딘가로 몸을 숨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일을 시작했으나, 같은 뱀을 다다음 돌 밑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두 번째 마주했을 때 비로소 뱀의 몸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