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아랍식 가마솥

WallytheCat 2018. 11. 21. 12:49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7/10/04 03:09 WallytheCat


오늘 저녁, 여러 행사를 겸해 저녁 6시 10분쯤 시작되는 이프타를 학교에서 하기로 했다. 이 저녁 행사는 벌써 몇주 전부터 이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계획하고 준비해 왔던 것을 익히 아는 지라 초대를 거절하기도 난감해 그냥 가기로 했다. 학생들 각자 음식을 정해, 집에서 가지고 오기로 한 모양이다.

오늘 낮, 내가 가르치는 일학년 학생 중, 도무지 앳된 일학년 같지 않게 껄렁하고 늙수구레한 남학생 하나가, 수업 끝나기 30분 전쯤, 자기가 저녁에 가지고 오기로 한 밥을 가지러 집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일찍 가야 한다고 나섰다. 본인 나름 중요한 임무를 띠고 집에 좀 일찍 간다는 데야 달리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 알았으니 가보라고 하며, "근데 네가 집에 가서 지금부터 밥을 지어 저녁에 가지고 올 건 아니지? 그 음식 맛에 대해 조금 염려가 되어서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 라며 농담을 하니, 그 학생 여전히 껄렁하고 불량한 태도로 응수하기를, "만일 제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면, 저 자신도 심각하게 걱정이 될텐데, 다행히도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요리 중이라, 저는 그저 집에 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하는 거다. 

저녁에 다시 학교로 돌아 가서 이프타를 위해 긴 줄을 선 다음, 마주하게 된 밥솥의 크기를 보고는 그 어마어마함에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동시에 그 학생의 껄렁하고 건들거리는 평소 모습과 겹쳐져, 그 큰 밥솥을 어딘가에 싣고 들고 왔을 게 상상이 되어 어찌나 기특하고, 귀엽고, 우습던지...




밥솥만 탁자에 덜렁 부려놓고 본인은 집으로 얼른 가 버렸다니 궁금증을 다 풀 수는 없지만, 짐작컨대 아무래도 닭고기는 미리 따로 오래 익혀 나중에 쌀, 양념과 함께 다시 요리를 한 것 같아 보인다. 장작이나 석탄불 위에 직접 올려 놓고 불을 오래 땐 듯, 솥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솥에 든 음식은 15-20kg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밥은 매콤, 짭짤한 게 아주 맛이 있었다. 밥솥 저 깊은 바닥에 분명 바삭바삭한 누룽지도 있을 터인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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