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오래 살다보니...

WallytheCat 2018. 11. 21. 12:58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7/11/01 06:31 WallytheCat


방금 파티에서 돌아왔다. 가기 전에 사실, 갈까 말까를 조금 망설였다. 사교와 파티는 내게 항상 부담을 주는 단어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파티라는 것이,  그 뒷맛이 좋을 때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낯선 사람들과의 겉도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는 일이니, 괜히 발걸음을 했다 싶을 정도로 씁쓸하기가 십상이므로.

어제 급작스럽게 받은 이메일 초대장에는, 얼마전 이 나라에 도착한 친구들을 환영한다는 의미, 오늘밤이 할로윈(망령절)이라는 것, 모두 별탈없이 학기의 반을 마쳤다는 사실을 자축한다는 의미, 그리고 학교 갤러리에서 있을 다음 전시회에 참여할 작가 'Sook' 이 파티에 등장한다는 걸 환영한다는 의미를 총망라한 종합세트형 파티라고 자상하게도 쓰여 있었다.

그 파티에 가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그 첫 번째와 마지막 내용 때문이었다. 발을 다쳐 호주에서 여태 이곳에 오지 못하다가 지난 주 겨우 오게 된 친구를 몇달 만에 처음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초대한 작가의 이름이 'Sook'이라니, 99.9% 한국 작가일 확률에 기대가 되는 걸 어쩔 수가 없어서였다고나 할까.

예상대로 한국인이었다. 샤자 대학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된 두 번째 한국인이라니... 그 첫 번째는 나였다.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괜시리 나혼자 흥분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그저 호주쯤에 사는 한국분이라 생각했는데, 대한민국 충청도 청주에서 신선하게 오늘 낮에 비행기로 날아온 한국분이라니... 마치 옛 연인을 만난 것처럼이나 반가운 건 나만의 심정일까. 이 촌구석 샤자에 오래 살다보니 별일을 다 본다 싶기도 한 게, 신기하단 마음까지 더해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괜히 혼자 좋아서 와인을 잔뜩 마셨다. 허파에 바람든 사람처럼 낄낄거리기까지... 그것도 많이. '월요일이 전시회 오프닝이라니 그 때 사진 잔뜩 찍어 올려야지' 라고 마음먹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마감하기로 한다.

발 다친 친구, 빨리 낫기를...
(요즘엔 주위에 발 다친 사람들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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