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9/01/02 06:10 WallytheCat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만은 나는 워낙에 격식 차리는 일이나 형식에 매인 일을 피하는 편이다. 미리 날짜를 정해 놓고 어찌어찌해야 한다는 날 같은 건 전혀 즐기지 못하는 까칠한 데가 있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명절도 분명 그 범주에 드는 날들이니, 생각만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른이 되어 명절을 챙겨야 하면서부터 생긴 증상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그래왔으니, 내 디엔에이에는 이미 명절증후군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던 건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명절이라면 설이나 추석 같은 토종 명절도,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같은 외래 명절도 도무지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구석이 있다. 명절이 되면 증후군을 심하게 앓거나 아예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듯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심정까지도 충분히 헤아려진다.
한동안 성탄절마다 미국에 가곤 하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수십 명 되는 가족과 친지들의 선물, 그것도 매해 뭔가 새롭거나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다, 결국 성탄절에는 미국이란 나라에 얼씬하지 않는 걸로 결정을 내리고는 오랫동안 그리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 나다.
그런 내가 올해는 여러가지 일로 나름 힘들었던지 성탄절이 다가오자 명절 맛이 나는 성탄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드는 거였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다지 즐기지도 않는 칠면조까지 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집으로 사람들 몇을 불러 저녁이나 같이 할까 어쩔까를 고민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동네 파티를 도맡아 하는 집에서 성탄절 전야에 저녁 식사를 하자는 이메일이 왔다. 기왕 마음 먹은 일이니 필요하다는 세 마리 칠면조 중 하나는 내가 굽자 하고 손을 번쩍 들었는데, 워낙 큰 걸 두 마리 샀으니 굳이 내가 구워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단다. 그 집서 하는 파티 스타일이 워낙 격식이 없는지라 음식을 한 군데 모아 두고 각자 접시에 담아 이 구석 저 구석 아무데나 앉아 먹고 노는 거겠지 짐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것 몇 병과 의자 여섯 개를 달랑 들고 갔건만...
거실의 가구를 모조리 다른 곳으로 옮겨 넓은 공간을 만들고, 합판을 잘라 긴 탁자를 만들어 서른 네 명의 정찬 상차림을 한 자리에 마련해 놓은 게 보인다. 보는 사람마다 놀라고 감동해서 입을 딱 벌리고는 다물 줄을 모른다. 이음새 한 군데 없이 정갈하게 늘어뜨린 새하얀 식탁보, 그 위에 누에가 실을 뽑듯 끊임없이 테이블 표면을 지나며 흔적을 남긴 빨간 실, 다시 그 위에 놓인 서른 네 개의 접시와 포도주 잔과 성탄절 장식들이 보인다. 손쉽게 하루 만에 준비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일주일 쯤 전부터 고민하고 계산하고 준비한 게 분명했다.
그녀는 어찌 내 마음을 읽었을까. 고향 떠나 객지에 나와 사는 주위 사람들과 따뜻한 명절을 나누고 싶었던 쥔장 부부의 정성스런 마음 쓰임에 어찌나 감동을 받았는지... 그 날,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먹지 못했다. 그들의 따뜻함에 이미 배가 불렀으므로. 성탄절이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하는 부담스런 날이 아니라 이렇게 그저 마음 편하게 따뜻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사람들에게 어찌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날이다.
명절이라면 설이나 추석 같은 토종 명절도,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 같은 외래 명절도 도무지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구석이 있다. 명절이 되면 증후군을 심하게 앓거나 아예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듯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심정까지도 충분히 헤아려진다.
한동안 성탄절마다 미국에 가곤 하다가 해를 거듭할수록 수십 명 되는 가족과 친지들의 선물, 그것도 매해 뭔가 새롭거나 다른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다, 결국 성탄절에는 미국이란 나라에 얼씬하지 않는 걸로 결정을 내리고는 오랫동안 그리 실행하고 있는 사람이 나다.
그런 내가 올해는 여러가지 일로 나름 힘들었던지 성탄절이 다가오자 명절 맛이 나는 성탄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드는 거였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다지 즐기지도 않는 칠면조까지 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집으로 사람들 몇을 불러 저녁이나 같이 할까 어쩔까를 고민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동네 파티를 도맡아 하는 집에서 성탄절 전야에 저녁 식사를 하자는 이메일이 왔다. 기왕 마음 먹은 일이니 필요하다는 세 마리 칠면조 중 하나는 내가 굽자 하고 손을 번쩍 들었는데, 워낙 큰 걸 두 마리 샀으니 굳이 내가 구워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단다. 그 집서 하는 파티 스타일이 워낙 격식이 없는지라 음식을 한 군데 모아 두고 각자 접시에 담아 이 구석 저 구석 아무데나 앉아 먹고 노는 거겠지 짐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것 몇 병과 의자 여섯 개를 달랑 들고 갔건만...
거실의 가구를 모조리 다른 곳으로 옮겨 넓은 공간을 만들고, 합판을 잘라 긴 탁자를 만들어 서른 네 명의 정찬 상차림을 한 자리에 마련해 놓은 게 보인다. 보는 사람마다 놀라고 감동해서 입을 딱 벌리고는 다물 줄을 모른다. 이음새 한 군데 없이 정갈하게 늘어뜨린 새하얀 식탁보, 그 위에 누에가 실을 뽑듯 끊임없이 테이블 표면을 지나며 흔적을 남긴 빨간 실, 다시 그 위에 놓인 서른 네 개의 접시와 포도주 잔과 성탄절 장식들이 보인다. 손쉽게 하루 만에 준비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일주일 쯤 전부터 고민하고 계산하고 준비한 게 분명했다.
그녀는 어찌 내 마음을 읽었을까. 고향 떠나 객지에 나와 사는 주위 사람들과 따뜻한 명절을 나누고 싶었던 쥔장 부부의 정성스런 마음 쓰임에 어찌나 감동을 받았는지... 그 날,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먹지 못했다. 그들의 따뜻함에 이미 배가 불렀으므로. 성탄절이 선물을 주고 받아야 하는 부담스런 날이 아니라 이렇게 그저 마음 편하게 따뜻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사람들에게 어찌 감사를 표시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날이다.
<12/24/2008>
기축년, 모든 분들께 좋은 한 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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