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9/02/21 22:36 WallytheCat
여느 때 같으면 여직 세상모르게 잠을 자고 있을 토요일 아침,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겼다. 명절이라고 한국서 이엠에스로 서둘러 보내준 한과를 베어 물어 씹다가는, 내가 고향에 두고 온 그 여러 인간 관계와 흡사하게도 다분히 한국적인, 아삭하고 달콤하며 질깃하면서도 끈적한 맛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는, 이십여 년 전에 씌운 금니가 어금니와 확연히 분리되는 현상을 겪은 탓에 치과에 가야했다. 모두들 나처럼 한국서 한과라도 받아 먹고 같은 이유로 치과에라도 가야했단 말인가. 일주일이나 예약이 꽉 찼다는 바람에 몇날 며칠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 한쪽으로 씹어야 했다. 달콤한 것에는 후한이 있음을 며칠 맛본 셈이다.
나와 전혀 무관하게 돌고, 또 돌았을 주말 아침 샤자 시내의 모습은 이런 거였구나 하며 교통 체증으로 멈춘 차 안에서 멍한 표정으로 내다본 차창 밖의 모습은 그래도 뭔가 평화롭고 한적한 구석이 있어 보였다. 옷에 풀물이 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잔디에 주저앉은 한 무리 남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십중팔구 가족을 고향에 두고 돈을 벌러 이곳에 나와 택시나 트럭 운전, 공사장 일, 남의 집 정원 일 등을 하고 있을 사람들일 게다.
한적한 한국 시골 어디쯤이었으면야 해장 막걸리 한 사발쯤 돌려지는 풍경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나, 펼쳐지고 있는 장면의 장소가 장소인지라 그럴 일은, 적어도 아직은 있을 수 없다. 손에 들린 캔이 초록색이니 스프라이트 아니면 세븐업, 그도 아니라면 마운튼듀쯤 되려나. 진한 설탕물에 첨가된 탄산가스나 카페인 만으로도 그들의 담소가 그럭저럭 행복하고 넉넉해 보이는 건 선선한 주말 아침 따사로이 펼쳐지는 햇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탄산음료 캔을 손에 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뜬금없이 따끈하게 데워진 모주 한 잔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이 역시 나른한 주말 오전의 햇살 탓일 게다.
<Saturday 2/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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