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 Recipes

바닷가재 찾아가다

WallytheCat 2018. 11. 22. 00:20

Food & Recipes 2010/05/05 02:14 WallytheCat


처음 샤자에 도착해 아직 자동차도 구입하지 않았을 때였지 싶다. 당시 새로 도착한 곳이었으니, 보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앞으로의 삶을 위해 사람들이랑 잘 사귀어보자는 마음이라도 들었던 걸까. 샤자에 해산물이 풍부하다는 소문을 듣고, 싱싱하고 큰 참치 한 마리 사다가 김밥도 말고, 초밥도 만들어 파티라는 걸 해보자고 주말에 사람들을 잔뜩 초대했었다. 아침에 학교 버스를 타고 내려준 곳에서 다시 택시로 갈아타서는, 샤자 수산시장이란 곳을 찾아갔었다. 그 때 그곳이 몹시 덥고, 더럽고, 복잡하고, 고생스런 곳이란 인상이 얼마나 짙었는지, 지난 구 년 간 그 앞을 지나치기는 했어도 단 한 번도 그 안을 다시 찾아 들게 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연구실을 같이 쓰는 친구가 "몇 주 전 수산시장에서 바닷가재를 사다가 집에서 불에 구워 먹었는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모른다"며 내게 자랑을 늘어 놓았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게 점심시간에 맞추어 그런 자랑을 하는 건, 거의 고문에 가깝지 않겠나. 조만간 내게도 바닷가재를 구워 대접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나의 은근한 압력에 드디어 날을 잡아 목요일 저녁 자기 집으로 오라 한다. 해질녘에 수산시장에 같이 가 장을 봐 집으로 와 구워 먹자는 거였다. "수산시장에는 새벽녘에 가야 싱싱한 걸 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여기는 다른 곳과 달리 저녁에 가야 싱싱한 걸 살 수 있다는 거다. 무지하면 용감하다더니, 아는 것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 구 년 전 그 날 그 고생을 했구나 싶었다. 



수산시장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여섯 시 반쯤 되었다. 과연 그녀 말대로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고 있었다. 구 년 전 기억과는 달리 좀 정비를 했는지, 제법 깔끔해져 있기도 하다. 해산물은 수퍼마켓에서보다 훨씬 크고, 싱싱하고, 가격도 절반 밖에 하지 않았다. 암컷으로만 고른 게 2kg에 40디렘(약 13,000원), 자연산 대하 2kg에 80디렘(약 26,000원), 크고 작은 바닷가재 여섯 마리(그것도 2kg쯤 되려나?)에 220디렘(약 72,000원)을 주었던 것 같다.

이런 시장에 나오면 대부분의 상인들이 우르두(Urdu) 어를 사용한다. 우르두 어를 사용하는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장을 볼 때는, 나는 아무 흥정에도 관여하지 않아 좋다. 영어를 쓸 때와 우르두 어 쓸 때와의 가격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에 우르두 어를 모르는 내가 굳이 아는 체 하며 나서 보았자 이득될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 하도 우르두 어를 들어서 마치 아는 말 같기도 하지만 단어 몇 개만 제외하고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으니, 친정 언니 따라 수원 남문 시장에서 흥정을 할 때 마냥 난 그저 신경 딱 끊고 딴전을 피운다.   



큰 바닷가재가 넙죽 절하는 모양새로 저울에 엎드려 있다. 한국에서도 예전에 이 비슷한 저울을 썼던 적이 있을까. 그랬을 터이지만 저울의 형태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저울 추 무게가 정직한지 아닌지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해산물 가격이 저렴하니 좀 속는다 해도 그다지 억울해 할 일 없겠다 싶다.  



바닷가재는 등껍질만 세로로 한 번 잘라 달라 하고, 새우는 손질을 해달라 했다. 게는 통째로 구울 것이었으므로 그냥 가져갔다. 




그리고는 길 건너 야채시장에 들러 샐러드 거리를 사 그녀의 집으로 가 불을 피워서는 은근한 불에 잘 구워 맛있게 먹었다. 바닷가재에는 신선한 레몬즙과 버터를 살짝 발라 구웠다. 싱싱한 바닷가재 사진을 보니, 다시 간절하게 그 맛이 그리워진다. 날씨 더 더워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시도해 볼 일이다. 이 다음에는 바닷가재 등껍질을 가르지 않고 통째로 구워보아야 겠다. 


<Thursday 4/2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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