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UAE 2011/02/03 06:22 WallytheCat
읽을 것 넉넉하지 않은 제 블로그를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인사 드립니다.
신묘년 한 해 좋은 일만 많이 있으시길요!
학기와 학기 사이 달랑 일주일 주어지는 휴가를 하루도 낭비 없이 여행으로 알차게 쓰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옆 나라 오만의 남쪽 끝 해안 지방에 위치한 쌀랄라에 다녀오면 시간이 얼추 맞겠구나 싶었다. 운전해 가는데 이틀, 오는데 이틀, 그곳에서 지낼 시간이 사흘쯤 주어지면 합쳐 일주일이 되니 말이다. 허나 웬걸... 지난 일년내내 날 놓아주지 않으며 나의 일상을 아프게 헤집던 일이 끝내는 철저한 기만과 배신으로까지 치닫느라 일주일 짜리 짧은 여행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 되었으니, 쌀랄라, 쌀랄라, 내 꿈의 도시 쌀랄라는 언제나 가게 될지 영영 기약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어디론가 나가 집과는 다른 공기와 바람이라도 맞으며 머리를 좀 비워내고 식히는 일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루, 마음 먹고 나가 두바이에 있는 하타 산에 갔다. 그곳도 예전부터 가고 싶던 곳이긴 했다. 지형의 생김이 그러한지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드느라 신분증을 자주 꺼내 보여야 했다. 남편의 에미리트 카드(주민증)는 진작 만료 되었음을 이 날 비로소 알았다.
하도 여러 번 국경을 넘나들어 마지막 체크 포인트에서는 그만 깜박하고, 멋진 낙타가 옆을 지나치길래 사진기를 꺼내 들었더니만, 어깨에 총을 맨, 산 만한 덩치에 솥뚜껑만한 손을 가진 군인이 화내는 척을 하며 내 사진기와 신분증을 빼앗아 제 손에 쥔다. 차를 저만치 앞으로 빼 오라고 손짓을 한다. 상대가 화난 척을 하니 나도 심각한 척은 해야 맞겠다 싶어, 미안하다 사과했다. 그래도 뭔가 더 교훈을 줘야 하겠다는 듯, 그는 어설프게 강압을 가장한 큰 소리로 아이에게 말하듯, 대화를 시작한다.
"(내 신분증 이름을 들여다 보며) 왈~리?"
"예~스."
"아라빅 스피킹?"
"노~." (아랍어를 안다고 하면 아랍어로 질책을 들을 게 뻔한 걸, 알아도 안다고 하겠남?)
"아르미, 노~ 카미라, 언더스탠드?" (군인이 있는 곳에서는 사진기를 꺼내면 안 된다,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언더스탠드."
그걸로 내게 겁도 주고 교훈도 주었다고 생각했는지, 사진기와 신분증을 순순히 내주며 가란다. 일행은 내가 유치장에 잡혀 가 하룻밤 신세를 지면, 다음날 보석으로 빼내 줄 거라는 둥 나를 놀리며, 가능한 모든 모험담을 펼치기 시작한다.
<하타 호텔(Hatta Fort Hotel)에서 점심을 먹은 후 멀리 본 하타 산 풍경>
<잠시 멈춘 장소에서 떠나려는데 등장한 염소 퍼레이드. 어찌나 귀엽던지.>
<사실 이곳이 보고 싶어서 하타 산에 간 거다. 인터넷에 오른 사진들을 보면, 수영하는 사람들도 보이던데,
아마도 비가 많이 내려 물이 그득하던 때였던가 보다. 이 날은 겨우 발목 정도 깊이의 물 밖에 볼 수가 없었다.>
<바위산에 자연이 영롱하게 그려놓은 무늬가 신비롭다.>
<Tuesday 2/1/2011, Hatta Mounta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