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기 전까지, 저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고 부대끼며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나라에 와 보니 그 보다 더 다양한 인종들이 수없이 많은 직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더군요. 말 그대로 지구별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이야말로 제 눈엔 진정한 Melting Pot이라 보여집니다. 제목을 '이주 노동자'라 붙였으니 옆으로 새지 말고 그 얘기만 간략하게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한국에도 제법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주로 크고 작은 생산업체 현장인 것 같던데, 그에 비하면 이 나라의 이주 노동자의 분포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나라 국민이 전 인구(240만명)의 15% 정도만 차지하는 정도이니, 이 나라가 외국인 노동자없이는 아무 것도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온 오년 전과는 그 교통량이 비교할 수없이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이 나라에 인구(특히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제 사고가 워낙 논리, 통계 수치 이런 거랑 친하지 않은 지라 그냥 제가 이곳에 살아 오면서 보고 느낀 점을 대략 두서없이 말씀 드리니 양해 바랍니다. ^^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분포를 대략 살펴보자면,
-정원사: 파키스탄, 인도 (이곳의 잔디며 야자수, 꽃나무 등의 모든 식물들은 스프링클러 등을 이용해 물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바로 죽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 노란 제복을 입은 정원사들이 많이 보입니다)
-청소원: 인도, 스리랑카 (전 개인적으로 스리랑카 사람들 좋아합니다. 청소를 잘 못해도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선하고 좋습니다.)
-보모, 가정부: 단연 필리핀 사람이 많고, 인도네시아 사람도 상당수, 불어나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아프리카 사람들도 종종 보입니다.
-점원, 호텔 등 서비스 업종: 아주 다양하지만 제가 보기에 필리핀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점 점원이나 캐시어의 경우, 2-3년 전 임금이 더 싼 이유에선지 중국인으로 많이 대체되었다가 지금은 다시 필리핀 사람들을 쓰더군요. 아마도 중국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처럼 친절하지도 않은 데다가(사실 아주 불친절했지요)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되었던 게 그 이유 같습니다.
-건축 공사: 인도, 파키스탄 (특히 인도 건축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인도인이 압도적입니다)
-택시 기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그 외 산업체 노동자: 외국 기업이 인도 등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곳 현지에 산재한 싼 노동력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 교수, 교사, 기업체 종사자, 사업가: 상상을 초월하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굳이 분리하자면 화이트칼라에 속하는 이 직업군과 서비스 업 종사자는 이주 노동자라고 억지로 끼워 넣기엔 좀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이 나라 원주민의 시각으로 보자면 여기서 일하는 외국인들 모두 이주 노동자 맞습니다. ^^ 이 나라 원주민들은 고위직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제공하며 실무에 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거든요.
때때로 건축 노동자, 청소원들이 회사로부터 임금을 몇 달째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신문에 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목소리를 좀 높여 보자고 데모를 했던 모양인데 정부로부터 바로 출국 조치를 당했지요. '바로'란 의미는 보통 2-3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듣기론 청소원 한달 월급이 500디렘 정도(미화 $136), 보모나 가정부는 800-1200디렘 정도라고 들었는데 건축 노동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도 물가가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데 어떻게 그 봉급으로 현지에서 생활도 하고, 본국의 가족들한테 송금도 하며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본국의 화폐 단위로 따져 볼 때 여기서 일하는 게 훨씬 나은 경우도 많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본국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이유로 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박한 노동 임금을 이유로,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가 일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더군요.
이곳에선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인,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을 잘 가려볼 줄 모릅니다. 개중에 비슷하게 알아 맞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 똑같아 보인다고 말합니다. 크~ 그래서 저도 가끔씩 상점에 물건사러 갔다가 거기서 일하는 사람으로 오인받아 "이거 얼마냐" "이러저러한 물건 좀 찾아달라" 이런 질문도 받을 때가 있지요. 처음엔 좀 황당,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싶지만 잘 모르겠다" "저쪽으로 가 봐라" 이렇게 친절(?)하게 대꾸하고 맙니다. 사실 저도 몇 번 손님을 점원으로 알고 물건에 대해 물어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거든요. 필리핀 점원으로 오해받는 것이 불쾌하고 싫다면 옷차림에 좀 신경쓰고 나가면 됩니다. 어디나 그렇듯이 여기 사람들도 잘 차려입은 사람들한테는 좀더 예의를 차리기도 하거든요. 어디가 되었든, 그런 식으로 차별하지 말고 누구한테나 친절할 수 있는 사회라면 월매나 좋겠습니까.
저는 사실 그 덕분에 마치 제가 필리핀에 오래 산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제는 필리핀이란 나라에 대해서 관심도 생기고, 세계 곳곳에 나와 온갖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살아도 장기간 해결이 안 되는 그 나라의 경제, 정치에 관해서도 좀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알게 모르게 정이 든 것이겠지요. 그들은 일단 세계적인 공통어인 영어로 소통이 되는데다 고학력자도 많던데, 조금만 방향을 바꿔 의사, 컴퓨터나 IT 계통 등의 전문가를 양성해 세계 시장 곳곳에 내 보낸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은 안타까움도 듭니다. 필리핀을 보며, 한 나라 전체의 의식 수준이나 국민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어떤 국가 지도자를 두느냐에 따라 국가의 위신이 서기도 하고 단번에 망하기도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배웁니다.
"이민도 세계화 ‘타국살이’ 2억명 육박"이란 흥미로운 기사가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foreign/others/200606/07/khan/v12963624.html
지금은 한국에도 제법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주로 크고 작은 생산업체 현장인 것 같던데, 그에 비하면 이 나라의 이주 노동자의 분포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나라 국민이 전 인구(240만명)의 15% 정도만 차지하는 정도이니, 이 나라가 외국인 노동자없이는 아무 것도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온 오년 전과는 그 교통량이 비교할 수없이 증가한 것만 보더라도 이 나라에 인구(특히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제 사고가 워낙 논리, 통계 수치 이런 거랑 친하지 않은 지라 그냥 제가 이곳에 살아 오면서 보고 느낀 점을 대략 두서없이 말씀 드리니 양해 바랍니다. ^^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분포를 대략 살펴보자면,
-정원사: 파키스탄, 인도 (이곳의 잔디며 야자수, 꽃나무 등의 모든 식물들은 스프링클러 등을 이용해 물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바로 죽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 노란 제복을 입은 정원사들이 많이 보입니다)
-청소원: 인도, 스리랑카 (전 개인적으로 스리랑카 사람들 좋아합니다. 청소를 잘 못해도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선하고 좋습니다.)
-보모, 가정부: 단연 필리핀 사람이 많고, 인도네시아 사람도 상당수, 불어나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아프리카 사람들도 종종 보입니다.
-점원, 호텔 등 서비스 업종: 아주 다양하지만 제가 보기에 필리핀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점 점원이나 캐시어의 경우, 2-3년 전 임금이 더 싼 이유에선지 중국인으로 많이 대체되었다가 지금은 다시 필리핀 사람들을 쓰더군요. 아마도 중국 사람들이 필리핀 사람들처럼 친절하지도 않은 데다가(사실 아주 불친절했지요)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안 되었던 게 그 이유 같습니다.
-건축 공사: 인도, 파키스탄 (특히 인도 건축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인도인이 압도적입니다)
-택시 기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그 외 산업체 노동자: 외국 기업이 인도 등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곳 현지에 산재한 싼 노동력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 교수, 교사, 기업체 종사자, 사업가: 상상을 초월하게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굳이 분리하자면 화이트칼라에 속하는 이 직업군과 서비스 업 종사자는 이주 노동자라고 억지로 끼워 넣기엔 좀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이 나라 원주민의 시각으로 보자면 여기서 일하는 외국인들 모두 이주 노동자 맞습니다. ^^ 이 나라 원주민들은 고위직 직함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제공하며 실무에 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거든요.
때때로 건축 노동자, 청소원들이 회사로부터 임금을 몇 달째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신문에 나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목소리를 좀 높여 보자고 데모를 했던 모양인데 정부로부터 바로 출국 조치를 당했지요. '바로'란 의미는 보통 2-3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듣기론 청소원 한달 월급이 500디렘 정도(미화 $136), 보모나 가정부는 800-1200디렘 정도라고 들었는데 건축 노동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도 물가가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데 어떻게 그 봉급으로 현지에서 생활도 하고, 본국의 가족들한테 송금도 하며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본국의 화폐 단위로 따져 볼 때 여기서 일하는 게 훨씬 나은 경우도 많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본국에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이유로 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박한 노동 임금을 이유로,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가 일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있더군요.
이곳에선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인,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을 잘 가려볼 줄 모릅니다. 개중에 비슷하게 알아 맞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 똑같아 보인다고 말합니다. 크~ 그래서 저도 가끔씩 상점에 물건사러 갔다가 거기서 일하는 사람으로 오인받아 "이거 얼마냐" "이러저러한 물건 좀 찾아달라" 이런 질문도 받을 때가 있지요. 처음엔 좀 황당,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싶지만 잘 모르겠다" "저쪽으로 가 봐라" 이렇게 친절(?)하게 대꾸하고 맙니다. 사실 저도 몇 번 손님을 점원으로 알고 물건에 대해 물어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거든요. 필리핀 점원으로 오해받는 것이 불쾌하고 싫다면 옷차림에 좀 신경쓰고 나가면 됩니다. 어디나 그렇듯이 여기 사람들도 잘 차려입은 사람들한테는 좀더 예의를 차리기도 하거든요. 어디가 되었든, 그런 식으로 차별하지 말고 누구한테나 친절할 수 있는 사회라면 월매나 좋겠습니까.
저는 사실 그 덕분에 마치 제가 필리핀에 오래 산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제는 필리핀이란 나라에 대해서 관심도 생기고, 세계 곳곳에 나와 온갖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살아도 장기간 해결이 안 되는 그 나라의 경제, 정치에 관해서도 좀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알게 모르게 정이 든 것이겠지요. 그들은 일단 세계적인 공통어인 영어로 소통이 되는데다 고학력자도 많던데, 조금만 방향을 바꿔 의사, 컴퓨터나 IT 계통 등의 전문가를 양성해 세계 시장 곳곳에 내 보낸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은 안타까움도 듭니다. 필리핀을 보며, 한 나라 전체의 의식 수준이나 국민성은 둘째로 치더라도, 어떤 국가 지도자를 두느냐에 따라 국가의 위신이 서기도 하고 단번에 망하기도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배웁니다.
"이민도 세계화 ‘타국살이’ 2억명 육박"이란 흥미로운 기사가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foreign/others/200606/07/khan/v129636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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