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he World

얄라국립공원 1: 코끼리

WallytheCat 2018. 11. 24. 22:08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12/03/11 00:30 WallytheCat


스리랑카 7: 얄라국립공원 1 - 코끼리
'우나와투나'에서 사나흘 지나자 어디 하루쯤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동네 뚝뚝 기사한테 아는 미니밴 하나 주선해 달라고 하여 '티싸마하라마'란 곳에 있는 얄라국립공원엘 가기로 했다. 제시하는 가격이 공항 미니밴과 비교해 그리 심한 바가지는 아닌 것도 같아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반에 만나기로 하였다. 우나와투나에서 공원 입구까지 네 시간쯤 걸린다니 왕복 여덟 시간, 사파리는 네 시간쯤 걸릴 거라 하니 얼추 따져도 열두 시간은 족히 걸리는 여정이었다. 우나와투나에서 티싸마하라마까지는 148km 남짓 거리이긴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번잡한 이차선 도로를 곡예하듯 달려야 하니, 서너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보통이다. 내내 차창 밖으로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잠시 비가 내린 구간도 있었다. 



티사마하라마에 코끼리만 잔뜩 있는 공원 하나와 코끼리와 그 외 진귀한 동물들이 많이 사는 얄라국립공원 중 후자가 아무래도 나을 거라는 미니밴 운전기사의 추천에 따라 그리 가기로 했다. 점심을 해결하라고 내려준 '프레시 식당(Fresh Restaurant)'의 음식은 비싼 가격에 비해 어찌나 형편없던지, 몇 술 뜨다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돌려 보냈다.

식사를 마치고도 한참을 더 기다린 후, 오후 두시 반도 훨씬 넘어 사파리 차량들이 식당 앞으로 왔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 타고 남은 차 한 대에 올라타라는데, 이걸 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잠시 망설였다. 여기까지 오는데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 터, 이걸 갖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의미 없겠다 싶어, 설마 죽기야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올라탔다. 차에 올라 앉아 운전석을 들여다 보자니, 기가 막히다 못해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한참을 크게 웃었다.


몇 나라 여행도 다녀 보았지만, 이 정도 몰골을 한 낡은 차는 스리랑카 이곳에서 평생 처음 타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위에 이렇게 낡은 사파리 차는 없었다. 흥정한 가격에 바가지가 있던 게 아니라 이 낡은 차를 타야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바가지였던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조용하면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기사를 보니 믿음은 갔다. 자동차도 들여다 볼수록, 어디서 굴러다니다 예까지 왔을까 하는 과거사에 관한 궁금증까지 일며, 흥미로웠다. 



잠시 주유소에 들러 연료통을 채웠다.


지프 뒷창에 '밥 말리'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운전기사의 머리 모양도 비슷한 것이 아무래도 그의 취향인 모양이다. 붉은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자동차는 달리고, 뒤에 앉은 나와 일행도 삽시간에 붉은 먼지를 뒤집어 썼다.


차로 삼사십 분여를 더 달려서야 비로소 얄라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국립공원 간판 아래 먼지를 뒤집어 쓴 코끼리 머리뼈 하나가 놓여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오후 사파리 차량들이다. 다른 차에 탄 사람들이 나와 일행이 탄 낡은 차의 몰골, '밥 말리' 스티커와 꼭 닮은 운전기사의 모습을 보며, 손가락질까지 하며 웃는다. 무례하다. 이럴 때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없는 뜨악한 분위기가 되는 건 물론이다. 



낡아 빠져 쿠션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뒷좌석에 앉아 있으려니, 비포장 정도가 아니라 도로가 움푹움푹 파여서는 자동차가 공중을 날았다 땅에 곤두박질칠 때마다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대단했다.


사파리 중 좀 더 황당했던 건, 그 너른 국립공원에 코끼리가 안 보인다는 거다. 내 일찌기 준수한 외모의 아프리카 코끼리에 반해, 현존하는 동물 중 숭배할 동물을 하나 고르라면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코끼리라 외치곤 했다. 아프리카 코끼리에 비해 덩치도 좀 왜소한 듯 한데다 자라다 만 듯 얄팍하게 팔랑거리는 귀를 가진 아시아 코끼리는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이 길을 망설이기까지 했는데, 그 모습조차도 볼 수가 없다니, 이 먼 길을 뭣하러 왔나 싶었다. 아시아 코끼리에 관한 편견과 오만을 가진 자가 공원에 든다는 소문이 코끼리들에게 미리 좍 퍼진 것인지도 몰랐다. 운전기사겸 사파리 안내자에게 이 공원 안에 코끼리가 몇이나 되는데 코끼리 보기가 이렇게 어려우냐고 물었더니, 이백사십(240) 마리가 있단다. 근데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는... 어디론가 가버린 코끼리만 아는 일 아니겠는가.


처음 본 코끼리의 귀한 뒷모습이다. 네 시간의 사파리 내내 코끼리 무리는커녕 이 엉덩이의 주인공을 포함해 단 세 마리의 코끼리를 보았을 뿐이다. 









<Wednesday 1/25/2012, Yala National Park, Tissamaharama, Sri Lanka>


'우나와투나'에서 '티싸마하라마'의 얄라국립공원까지의 미니밴: 9,000루피
세 사람 입장료: 2,400 x 3 = 7,200루피
얄라국립공원 내 사파리: 5,000루피
합계: 21,200루피 (세 사람의 하루 나들이, 대략 US$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