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17/06/04 00:11 WallytheCat
시골의 한적한 마을에 있는 둘째 시누이 집으로 가려면 마지막 큰 도로에서 좁은 비포장 길로 들어서야 한다. 그 비포장 길로 들어서면 왼쪽에 하얀 이층집과 축사 하나가 보인다. 겨울이면 전체가 다 드러나지만, 숲이 우거진 여름이면 일부만 보인다. 내가 시누이 집을 들락거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세월의 켜가 제법 되니, 그 모습은 내게 마치 붙박이 같은 이미지로 박혀 있다. 차로 지나치며 흘낏 보게 되는 풍경임에도, 나는 언제나 흰색 페인트칠이 허물처럼 벗겨지는 그 집을 향해, 언젠가 한 번쯤은 새로 칠한 산뜻한 모습을 볼 수는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건물뿐 아니라 잡초가 무성한 농장 주위는 늘 어수선해 보여,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갈 때면 사람들은 늘 자동차의 경적을 두어 번씩 울려 그 집 주인인 라니 아저씨께 안부를 전하곤 했다.
라니 아저씨는 내 둘째 시누이의 부군의 고교 동창이다. 라니 아저씨는 젖소 농장이던 그곳에서 태어나 언제나 그곳에 살았고, 결혼 후 라니 아저씨 땅 골짜기 너머 다른 언덕에 땅을 사 집을 짓고 살게 된 우리 둘째 시누이 내외는 평생을 아저씨와 친구로, 이웃으로 사이좋게 살았다.
아저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작은 젖소 농장을 지키며 살았다. 젖소는 스물대여섯 마리쯤이라고 들은 것 같다. 젖소들은 새벽 4시에 한 번, 그리고 다시 12시간 후 젖을 짜줘야 하므로 그가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은 12시간 내 다녀올 수 있는 곳 정도여서 농장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의 여행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라니 아저씨의 말을 여러 번 들은 기억이 난다.
라니 아저씨는 내 둘째 시누이의 부군의 고교 동창이다. 라니 아저씨는 젖소 농장이던 그곳에서 태어나 언제나 그곳에 살았고, 결혼 후 라니 아저씨 땅 골짜기 너머 다른 언덕에 땅을 사 집을 짓고 살게 된 우리 둘째 시누이 내외는 평생을 아저씨와 친구로, 이웃으로 사이좋게 살았다.
아저씨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작은 젖소 농장을 지키며 살았다. 젖소는 스물대여섯 마리쯤이라고 들은 것 같다. 젖소들은 새벽 4시에 한 번, 그리고 다시 12시간 후 젖을 짜줘야 하므로 그가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곳은 12시간 내 다녀올 수 있는 곳 정도여서 농장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의 여행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라니 아저씨의 말을 여러 번 들은 기억이 난다.
어머니가 연로해져 더는 일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근방의 양로원에 어머니를 맡기고 혼자 농장 일을 하며 살았다. 양로원에서 지내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주위 사람들은 그가 괜찮은 사람 하나 만나 외롭지 않게 살면 좋겠다고들 한마디씩 했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평생 몸을 돌보지 않으며 일만 했던 아저씨는 주위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몸이 상했다. 손이며 무릎 관절까지 나빠져 농장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지자 결국 젖소들을 모두 팔아 없앴던 걸로 기억한다. 평생 그를 묶어 두었던 농장 일에서 벗어나니, 당시 조금 여유로워 보이긴 했다. 아저씨는 내 시누이 집으로 놀러 와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온 동네 이야기를 몇 시간이나 풀어놓곤 하셨다. 아저씨가 완전 수다쟁이인 줄은 그때 보고 처음 알았다.
그즈음이었을까. 심한 두통에 시달리던 어느 날 병원에 가 검사를 받으니 뇌종양이라고 해 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암도 아니니 괜찮아질 거라 짐작하던 것과는 달리 아저씨의 건강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얼마 후 폐렴으로 황망하게 돌아가셨다. 99에이커나 되는 그의 땅과 건물들은 아저씨의 사촌들에게 상속되었고, 그들은 아저씨의 재산을 모두 팔아 나눠 가졌다. 평생 그 땅에서 고된 삶을 살아내었던 아저씨는 살아서 단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아니 자신의 재산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줄 상상도 못 했던, 큰돈이었다.
라니 아저씨의 농장을 산 가족은 멀리 캘리포니아 주에서 오하이오 주로 이주한 사람들인데,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어찌나 삶에 열정적인지, 단조롭기만 하던 라니 아저씨의 삶을 대신해 은근히 질투가 날 정도다. 그 가족은 지난 몇 년간 그 땅 위의 많은 것들을 정리 정돈하고, 뚝딱뚝딱 고치고 새로 짓더니, 지금은 그곳에 맥주 양조장까지 짓는 중이다. 가끔 그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목격되는 새로운 모습들이 아직은 낯설다. 그 농장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 둘째 시누이는 생전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곳의 변화에 무척이나 신나 한다. 그 농장에 짓는 맥주 양조장이 지역의 명소가 될 거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할 때면, 여러 생각이 겹친다. 그래, 산 사람들은 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면서.
라니 아저씨의 농장을 산 가족은 멀리 캘리포니아 주에서 오하이오 주로 이주한 사람들인데,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모두 어찌나 삶에 열정적인지, 단조롭기만 하던 라니 아저씨의 삶을 대신해 은근히 질투가 날 정도다. 그 가족은 지난 몇 년간 그 땅 위의 많은 것들을 정리 정돈하고, 뚝딱뚝딱 고치고 새로 짓더니, 지금은 그곳에 맥주 양조장까지 짓는 중이다. 가끔 그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목격되는 새로운 모습들이 아직은 낯설다. 그 농장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 둘째 시누이는 생전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그곳의 변화에 무척이나 신나 한다. 그 농장에 짓는 맥주 양조장이 지역의 명소가 될 거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할 때면, 여러 생각이 겹친다. 그래, 산 사람들은 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면서.
사진에 보이는 망갈리차 돼지(wooly pig, Mangalica)는 그 농장에서 키우는 중인데, 저녁 먹을 시간이었는지 사람이 다가가자 미친 듯이 달려와 담장까지 먹어치울 기세다.
망갈리차 돼지: 1833년 헝가리에서 유럽산 멧돼지와 세르비아 돼지를 교배한 헝가리산 돼지. 마치 양털처럼 곱슬거리는 털은 노란색부터 빨간색 사이에서 다양하며, 헝가리 외에 오스트리아, 체크 공화국, 독일, 루마니아,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스위스 등에서 키운다고 하는데, 미국으로 언제 들여왔는지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함.
망갈리차 돼지: 1833년 헝가리에서 유럽산 멧돼지와 세르비아 돼지를 교배한 헝가리산 돼지. 마치 양털처럼 곱슬거리는 털은 노란색부터 빨간색 사이에서 다양하며, 헝가리 외에 오스트리아, 체크 공화국, 독일, 루마니아,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스위스 등에서 키운다고 하는데, 미국으로 언제 들여왔는지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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