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06/08/13 13:33 WallytheCat
시원한 바깥 공기를 느끼며 잘까하고 창을 반쯤 열었다. 낮에는 듣지 못하던 풀벌레 소리들이 재잘재잘, 와글와글 거의 오케스트라 수준이다. 좀 지나니 시끄럽기까지 하다. 그중에 내가 아는 소리는 개구리, 귀뚜라미 소리 정도. 내가 모르니 나머지는 이름모를 풀벌레가 된다.
잠을 자려던 나는 다시 일어나 앉는다. 뭐 읽을거리라도 없을까 싶어 십 년도 넘게 상자에 갖혀있다 풀려 나온 캐캐묵은 책들을 들여다 본다. 아마도 책을 귀하게 여기던 시절 버림받지 못하고 보관당한 책들이렸다. 강산이 한 번 훌쩍 변하고도 남은 시간, 타임 캡슐 속에서 자고 일어난 책들은 아직도 좀 졸려 보인다. 어떤 책들은 제목도 생소하고 내용도 기억에 없다. 어떤 것들은 책에 대한 이미지만 한 귀절로 남아있기도 하다. 내가 저런 책들을 귀하게 여기고 열심히 읽었었구나... 저런 책들을 읽고 살았을 내가 좀 낯설다.
몇년 전부터 주위 사람들한테 가진 책을 수십 권씩 주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했다. 읽고나서도 절대 내게 돌려주는 일 따위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용케 그 그물망을 벗어나 아직도 내 공간에 버티고 있는 책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선택을 받았다기 보단 버림의 혜택도 받지못한 책들이라고나 할까.
몇년 전부터는 소설도 읽기를 멈추었다. 나이 마흔이 넘으니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산 사람들이 세상에 나온 소설책 수보다 더 많으니 소설을 읽어도 너무나 시시해진 게 그 이유라면 이유랄까. 내 주위만 해도 그런 삶을 산 사람들 이야기가 널리고 널렸다.
공항 대합실같은 데서라도 우연히 만나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국적과 아무 상관없이, 파란만장했던 삶의 기억들을 고치에서 빼내듯 솔솔 풀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엮곤 한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겪으며 살았다며 생각해 왔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드라마틱, 다이나믹한 얘기를 듣다 보면 내 삶은 명함도 내밀 수가 없이 밋밋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냥 그들 얘길 들어주곤 한다.
다시 자러 가 봐야겠다. 풀벌레들도 이젠 잠이 들었으려나...
잠을 자려던 나는 다시 일어나 앉는다. 뭐 읽을거리라도 없을까 싶어 십 년도 넘게 상자에 갖혀있다 풀려 나온 캐캐묵은 책들을 들여다 본다. 아마도 책을 귀하게 여기던 시절 버림받지 못하고 보관당한 책들이렸다. 강산이 한 번 훌쩍 변하고도 남은 시간, 타임 캡슐 속에서 자고 일어난 책들은 아직도 좀 졸려 보인다. 어떤 책들은 제목도 생소하고 내용도 기억에 없다. 어떤 것들은 책에 대한 이미지만 한 귀절로 남아있기도 하다. 내가 저런 책들을 귀하게 여기고 열심히 읽었었구나... 저런 책들을 읽고 살았을 내가 좀 낯설다.
몇년 전부터 주위 사람들한테 가진 책을 수십 권씩 주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했다. 읽고나서도 절대 내게 돌려주는 일 따위는 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용케 그 그물망을 벗어나 아직도 내 공간에 버티고 있는 책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선택을 받았다기 보단 버림의 혜택도 받지못한 책들이라고나 할까.
몇년 전부터는 소설도 읽기를 멈추었다. 나이 마흔이 넘으니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삶을 산 사람들이 세상에 나온 소설책 수보다 더 많으니 소설을 읽어도 너무나 시시해진 게 그 이유라면 이유랄까. 내 주위만 해도 그런 삶을 산 사람들 이야기가 널리고 널렸다.
공항 대합실같은 데서라도 우연히 만나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국적과 아무 상관없이, 파란만장했던 삶의 기억들을 고치에서 빼내듯 솔솔 풀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엮곤 한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겪으며 살았다며 생각해 왔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드라마틱, 다이나믹한 얘기를 듣다 보면 내 삶은 명함도 내밀 수가 없이 밋밋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냥 그들 얘길 들어주곤 한다.
다시 자러 가 봐야겠다. 풀벌레들도 이젠 잠이 들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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