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Ohio

안개 풍경 1: 나무들

WallytheCat 2018. 11. 20. 19:59

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06/09/18 15:30 WallytheCat



잠시 비워두고 떠났던 공간은 비워둔 기간에 비례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뭔가 휑한 게 조금씩 낯설다.


아무렇지 않게 뒤섞여 지냈을 공기부터 다르게 다가온다. 공간에 떠도는 냄새도 좀 다르다. 사물의 형태나 색, 질감도 역시 그런 느낌을 준다.


어떤 것은 새로워 보이고, 어떤 것은 또 형편없이 낡아 보이기도 한다.



내가 떠났던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나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랫만에 시골에 다녀왔다.


도시가 아닌 풍경, 계절이 달라진 농촌 풍경을 넘치도록 눈에 담아왔으니 한동안은 버텨낼만 하지 않을까.


이젠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가을이 다가옴과 함께 오하이오에 다가오는 것 하나는 잦은 안개다.



안개가 자욱한, 새소리와 잔뜩 맺혔던 이슬 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한 아침 숲을 뒤지며 다니는 재미를 어디에 견주랴.


신발이며 옷자락이 이슬에 흠뻑 젖는 것도 모른 채, 평소 후딱 지나칠 때마다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 말이다.



평범하기만 하던 숲, 나무, 풀이 안개 속에 묻히니, '신비'니 '웅장'이니 하는 찬사가 절로 혀끝에 돈다.



어쩌랴, 그리 생겨먹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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