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theWorld/Days in Ohio 2006/09/20 11:05 WallytheCat
(지난번에 이어지는 안개 자욱한 날의 오하이오 시골 풍경)
어느 해인가는 가는 곳마다 뱀들과 조우했었다. 집 근처를 서성이는 안 무서워 보이는 뱀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꼬리에서 으시시한 소리를 내는 방울뱀까지 말이다.
내 딴엔 계속되는 이벤트에 내심 놀랐던지, 의미를 갖다 붙이려 애쓰던 생각이 난다.
올해는, 뱀 대신, 가는 곳마다 거미를 많이 본다. 작은 개미보다 더 작아 잘 보이지도 않는 거미들이 집 안팎 구석구석마다 거미줄을 치기도 한다.
산 입에는 거미줄도 안 치는 법이라는 데, 이 녀석들은 예의도 없지. 산 사람 집에 거미줄을 치고 또 치니 말이다.
차츰 거미를, 거미줄을 귀찮아하기 시작했는데, 이 날 밖에서 본 거미줄은 나의 이런 태도에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청한다.
안개 자욱한 날, 거미줄과 이슬이 만나면 이런 아름다운 표정도 짓는다며, 귀찮아하지도, 미워하지도 말아 달라고.
그런데 이리도 근사한 집을 지은 거미들은 어딜 간 걸까. 이슬과 안개를 피해 어디론가 잠적 중인 듯.
좀 귀찮아는 하겠으나, 이리 완벽한 예술을 지어내는 자들을 내 어찌 미워할 수가 있겠는가. 거미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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