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11월에 비라니...

WallytheCat 2018. 11. 20. 21:00

Peeping@theWorld/Days in UAE 2006/11/28 04:00 WallytheCat


지난 주, 한 번은 외출했는데 도로에 물 웅덩이가 군데군데 있고, 양옆 도로변 모래가 물에 젖어 더 짙게 붉은 모습을 한 걸 보면서도, 설마 하며 비가 내렸을 가능성을 반 정도만 두었었다. 그 후 다시 아침에 집 주변이 온통 젖은 게 보였다. 이 정도면 확실한 증거였다. 밤 사이에 비가 온게 분명했다.

11월에 비라니... 이 정도면 여기선 기상이변이다. 일년 강수량이 몇 밀리미터에 불과한 이곳에 비는, 대부분 1월에 몇 번 내리는 걸로 전부이니 말이다.

그런데 어제, 정오쯤 되자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꼭 비가 오기 전의 하늘 모습 같은 거다. 심상치 않아 보였다. 혹여라도 내리는 비 구경을 놓칠 새라 뒷마당으로 향한 거실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바람은 흙내음을 물씬 품고 있다.

드디어 후두둑... 비다. 저녁 때까지 비가 오다 말다를 계속하며 내렸다. 자꾸 마음이 놓쳐져, 사막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모양이란 착각이 몇 번 든다.

어디선가 멀리서 엠뷸런스 소리가 삐까삐까 난다. 짐작컨대, 다른 곳에서 비라고 부르는, 구멍 난 하늘에서 뿌려대는 물을 이 사막에 사는 사람들 감당이 안 되어 내는 자동차 사고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나라에선 도로에만 나서면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비라도 내리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비 내려 미끄러운 노면에서 운전을 해 보지 못한 이 사람들, 도로가 조금만 젖어도 몇 중 추돌 사고가 허다하다. 그 난폭한 사람들이 비가 오면 도로에서 당황하는 꼴이라니... 안 봐도 내 머릿속에선 자동 영사기가 돌려지는 것처럼이나 뻔한 상황이다. 이럴 땐 그냥 조용히 집 안에 숨어있는 게 상책이다.

저녁에 우연히 들여다 본 연합뉴스 기사 하나. 12월 1일 개막될 아시안 게임이 준비 중인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도 오전부터 비가 계속 내린 모양이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감당이 안 되었다나 어쨌다나. 배수구가 잘 되어있지 않아 물웅덩이가 여기 저기 있고, 천장 곳곳에서 비가 샌다나 어쨌다나. 이 사막에선 종종 있는 일이다. 비라는 걸 종종 경험도 해 봐야 방수도 하고, 배수로도 잘 만들지. 푸하하하 웃음이 나며 투정하는 그들에게 속으로 한마디 한다. 'What did you expect?'

종일 비, 어쨌거나 이건 내게 축복이었다. 좀 당겨서 받은 알라의 축복!
비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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