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in UAE

오만 북쪽 해안, 카삽으로의 여행 1

WallytheCat 2018. 11. 20. 21:04

Peeping@theWorld/Days Traveling 2007/02/05 04:46 WallytheCat


밤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종일 때 이른 모래 바람이 일더니 이렇게 몇 자락 비를 뿌려주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올 겨울엔 이 사막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길을 지나다 보면 푸릇푸릇 초록이 비치는 들풀이며 민들레가 잔뜩 나 있는 게 보인다. 여기 살며 처음보는 풍경이다. 모래 속에 숨어 있던 생명가진 씨앗들이 너도나도 올 겨울 제철을 만난 듯 모래땅 밖으로 제 몸들을 밀어내고 있는 게 경이롭다.

지난 달 중순, 한국서 여자들 넷이 내가 사는 아랍 에미리트에 왔다. 여자들이 이 주 동안의 여정을 무사히 (아무도 지들끼리 치고 박은 싸움 사건도, 심하게 아팠던 사고도 없었으므로 '무사히'란 표현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고 며칠 전 한국으로 돌아갔다. 여자들은 평소답지 않게, 잠도 많이 자지 않으면서 내게 뭔가를 자꾸 더 보여달라고 보챘다. 전혀 한국서 보던 여자들의 모습이 아니다. 평생을 애지중지하며 돌보던 가정을 이 주 동안이나 과감히 버리고 내게로 와 준 게 고마웠던지 나도 보여줄 곳 없는 이 곳을 열심히 보여주려 애쓰긴 했다.

여자들이 모두 떠난 며칠 후, 난 컴퓨터에 가득 찬 여자들과의 여행 사진에 새삼 조금 감동한다. 보여주는데 정신이 팔려 정작 당시에는 상세히 들여다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사진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한다.

오만은 아랍 에미리트에 이웃한 나라. 북쪽 꼭대기 해안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지만 항시 조금 먼 다른 곳들에 가느라 들여다 보려 하지 않았던 나라. 오만의 본토와는 외따로 떨어져 아랍 에미리트의 북쪽 꼭지에 붙은 무산담(Musandam) 내의 카삽(Khasab)이란 마을이다. 왜 본토와는 뚝 떨어져 동그마니 사는 땅인가. 그 얘기를 하려면 오만과 아랍 에미리트와의 역사를 들먹여야 하므로 그 설명은 다음으로 미룬다. 오늘은 그냥 풍경 이야기만 하련다. 암튼 그 바닷가 마을에 가 종일 배를 타고 해안의 절경을 돌며 스노클링도 하고 돌고래 구경도 하는 하루 일정을 택했다. 그 날 보았던 건 푸른 바다, 푸른 하늘, 기기묘묘하게 물 속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바위 산들, 그리고 바닷속 생명체들.

새벽 6시 20분. 여행사 미니밴이 우리 일행을 태우러 집 앞으로 왔다. 세 시간을 더 가면서 중간에 몇 명을 더 태울 거라는 차 안에서 난 그냥 못다 잔 잠을 자기로 한다. 도로 옆에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와 뜨는 해가 어우러져 사막에 절묘한 풍경을 자아내는 걸 잠결에 훔쳐 본다. 이 모습도 처음이다. 왜냐, 이런 새벽에 일어나 운전해 본 적이 없으므로.

우리 일행과 독일 여행객 다섯 명. 내가 여지껏 여행 중 만나던 독일인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 구사했던 것 같은데, 이 날 만난 독일인들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지 안하는지 함께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냥 우리 일행은 한국어로, 그들은 독일어로 각자 알아서 소통을 할 수 밖에... 

<오만으로 가는 길>



<아랍 에미리트와 오만과의 국경, 여행객들의 여권을 모두 거두어 가 비자 작업 중> 


<국경을 넘어선 도로 풍경>






<종일 여행객들을 싣고 돌아다닐 배(Dhow)는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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